홍사덕 "정치가 뭐길래…40년지기 등에 칼 꽂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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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정치가 뭐길래 내 등 뒤에서 칼을 꽂는가."

홍사덕 의원.[중앙포토]

10.26 경기 광주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홍사덕 전 한나라당 원내총무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자신을 배신한 '40년 친구'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홍 후보는 이날 '홍사덕 40년 친구의 칼끝에…'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정치와 선거로 인해 40년지기에게 배신당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편지에 따르면, 홍 후보의 광주 출마를 적극 권유했던 '40년 친구'는 자신의 측근인사를 밀고 있었고, 당 공천과정과 선거운동에도 깊숙히 개입해 홍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해 물밑작업을 계속해왔다.

자신이 공천신청자 중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공천이 돌아간 것이나, 공천 확정 후 자신이 한나라당에서 복당 금지 조치를 받게된 배경에는 모두 '40년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홍 후보의 주장.

그는 편지를 통해 "친구여, 정치가 뭐길래 내 등 뒤에서 칼을 꽂는가. 내가 당선돼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도 자네의 정치적 입지에 해가 되는가. 한 번이라도 '내 계보가 공천을 받아야 하니 홍사덕 네가 양보하라'는 얘기라도 들었더라면 배신감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 광주는 한나라당 정진섭 후보와 무소속 홍사덕 후보가 근소한 지지율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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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홍사덕 후보 편지 전문>

*** 홍사덕 40년 친구의 칼끝에…

지난 7월19일 '40년 친구'와 어느 예식장에서 마주쳤다. 10.26 경기도 광주 재선거에 출마를 고민하고 있던 나로선 그 친구와 하고픈 얘기가 많았다. 바빴는지 그 친구는 해외출장을 다녀와 8월초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왠지 그 친구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한나라당의 현역 중진의원이다.

그의 귀국 날짜가 훨씬 지났지만 연락은 없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전화가 왔다. 광주에 사는 지인으로부터였다. 내 '40년 친구'가 보자고 해서 만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인 얘기는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내 '40년 친구'가 '광주 재선거에 누가 출마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어서 그 지인이 '홍사덕 전 총무면 좋겠다.'고 했더니 '40년 친구'가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더라는 것이다.

'40년 친구'에게서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선거가 다가왔다. 자천타천의 예비후보 이름들이 오르내렸고 내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40년 친구'의 충실한 계보였던 사람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내 '40년 친구'는 내 귀에 들어가기를 희망했는지, 대외적으론 "홍사덕이 후보가 됐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공천심사위원들에게는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듣고 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홍사덕은 안되고 자신의 계보였던 사람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현지 여론조사를 했다. 내가 36%, 2위가 22%, 나머지는 모두 10% 이하였다. '40년 친구'가 민 충실한 계보는 2%대로 맨 끝이었다. 그런데도 1, 2위였던 나와 김을동씨가 공천에서 원천 배제됐고, 맨 끝이었던 '40년 친구'의 충실한 계보가 선정되었다. 박근혜 대표도 놀라고 불쾌해 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현지 당원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묵살되었다.

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당선 후 한나라당에 복귀하겠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복당은 절대 불허한다."며 선을 그었다. "알아보니 '40년 친구'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당 관계자의 해명이 돌아왔다. 그때서야 나는 예식장에서 만난 내 친구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를 알았다. 그 친구는 오늘도 광주를 누비며 나를 비난하는 얘기를 하고 다닌 모양이다.

"친구여, 정치가 뭐길래 내 등 뒤에서 칼을 꽂는가. 내가 당선돼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도 자네의 정치적 입지에 해가 되는가. 한번이라도 '내 계보가 공천을 받아야 하니 홍사덕 네가 양보하라.'는 얘기라도 들었더라면 배신감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걸세."

오는 10월 26일 선거일은 '40년 친구'의 의도대로 나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날이 될까? 그때 내 묘비명은 '여기 40년 친구의 칼끝에 숨진 자 누워있다.'고 써야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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