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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사건 계기로 본 사찰수입 명세와 관리실태|불씨소지「잿밥」은 얼마나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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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동료 승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주지자리 다툼의 주요원인이 된 불교사찰들의 수입금은 과연 얼마나되는것일까. 사찰수입은 흔히「잿밥 다툼」으로 비유되는 빈번한 불교사찰분규나 종권싸움의 심층요인으로 알려져있다. 사찰수입의 양대산맥은 사찰문화재관람료와 불전.
이들「잿밥」중 문화재보호법 시행부령에 의거, 징수하는 관람료는 비교적 소상히 공개돼있지만 불전수입은 종교 고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아직 정확한 공개가 없다.
따라서 밖으로 알려진 사찰수입의 촛점은 주로 관람료다.
승려들 사이에서는 관람료수입과 불전수입을 거의 같은 비례로 추정, 1대1로 보는게 통례다.

<관람료수입>
지난해의 경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불교 조계종관람료징수 사찰의 총수입은 30억원정도.
물론 다른 불교종단에는 관람료를 받는 사찰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계종의 관람료 수입사찰은 모두 48곳으로 집계돼있다. 가장 관람료 수입이 많은 사찰은 경주 불국사로 연7억원-.
그 다음으로는 ▲경주 토함산 석굴암 5억원 ▲양양낙산사 2억4천만원등의 순이다.
▲법주사·해인사가 각각 2억원, ▲통도사·범어사는 각각 1억6천만원-.
살인극까지 빚은 설악산 신흥사의 경우 조계종총무원에 보고된 관람료 수입은 1억l천7백만원이지만 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근거는 인접한 낙산사가, 2억4번만원인데 신흥사의 입장자가 결코 낙산사보다 적지않다는 점이다.
이밖에 동화사(대구)내장사(전북)동학사(계룡산) 등의 관람료수입이 각각 l억여원씩.
나머지 관람료를 받는 사찰들은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정도의 수입에 이른다.
조계종총무원의 올해외 관람료 수입도 다소 증가할 것으론 예상하나 작년수준을 크게 웃돌지는 않을것으로 보고있다.
물론 지난해의 수입 역시 사찰임의로 보고한 액수라서 신흥사의 예에서와 같은 불신도 없진않지만 대체로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사찰관람료 징수는 주무부서 (문공부)의 허가에 의해 결정되는데 행정적으론 시·군공보실이 위임을 받아 시행한다.
따라서 입장권은 사찰이 인쇄, 시·군공보실의 검인을 받아 판매한다.
관람료수입의 사용은「사찰문화재관람료징수규정」이라는 법령에 의해 사실상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즉 수입의 40%는 시·군과 사찰공동명의로 사장문화재보수를 위해 예치되며 이는 문화재보수에 한해서만 사용할수있다.
수입의 40%만이 사찰유지 또는 관리비로 사찰재량대로 사용된다. 나머지 20%중외 12%는 종단사업비로 보조하고 나머지 8%는 지방문화행사등의 지원비로 사용하도록 하고있다.
이같은 관람료수입의 사용규정속에서 실제로 사찰주지가 비공식 재량권용 발휘해 쓸수있는것은 전체수입의 10%정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그것도 사찰을위해 사용한다는 유지·관리비에서 판공비형식을 빌어쓰는 것이다.

<불전·임대수입>
관람료를 제외한 사찰수입의 또다른 큰광맥은 신도들이 시주하는 불전과 사찰토지 임대료-.
입대료수입은 많게는 l억원(신흥사)에서부터 위탁관리 전답의 쌀몇섬정도까지 전차만별이다.
가장 금전적 비리의 소지가 많은것은 희미한. 「산중공개」 뿐인 불전-.
부자신도가 많은 서울·부산·대구등의 대도시 도심사찰이나 교외사찰은 불전수입이 크게는 수십억원에 달하고 억대를 헤아리는 경우가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사암자의 신분인 서울주변의 한사찰은 l년 불전수입이 10억원을 넘고 대구 팔공산의 조그만 G암자의 경우도 2억원의 불전이 들어온다는것이다.
관람료를 받는 소위 관광사찰들도 대체로 관람료와 같은 액수거나 관람료의 50%정도에 달하는 불전수입이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같은 불전사용도 형식상으론 그사찰 내 승려들에게 공개하고 사용하는 「산중공개」라는 관행이있다.
그러나 주지단독의 불전사용을 제지할수있는 종단자체의 제도적장치가 아직까지 확립돼있지않고 밖으로부터의 사회적 관여는 더더욱 금기시돼있다.
주지들은 형식상 단독 개인사용이 불가능한 관행을 뚫기위해 사찰불사를 벌이거나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불전을 사용하는게 통상의 예다.
주지나 승려개인이 1백% 재량권을 가질수있는 불전은 속칭 「약값」「노자」등의 이름으로 신도들이 제법 포시하는 불전뿐이다.
근래 신도들 사이에서는 철따라 보약값의 명목으로 승려들에게 개별공양을 하는게 널리 유행한다.
불전함속의 시주금이나 개별공양의 약값 사용은 사실상 시비의 대상이 될수없는 성격의 것이다.
다만 이같은 재량의 여지가 있는 불전수입이 많은 「부자절」을 맡아 호강해 보겠다는 자리다툼이 빈축의 대상일 뿐이다.

<문제점>
온갖 불교비리의 원인이 되고있는「잿밥」이라는 것도 실상을 알고보면 그렇게 엄청난 거액의 황금 노다지인 것만은 아니다.
더우기 주지가 됐다고해서 사찰관람료나 불전수임을 자기마음대로 쓸수있는 권한을 보장받는 것도아니다.
관람료의 10%정도와 불전일부의 사용재량권을 비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그것도 자신의 능력과 수완에 따라 가능할뿐인 주지자리에 그처럼 연연하는 이유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게, 오도의 열반을향해 나선 승려들을 바라보는 많은 속인들의 심정이다.
그런데도 속칭「부자사찰」「노른자위 사찰」주지자리는 언제나 뜨겁게 달아오르는 경쟁속에서 때로는 혈투의 쟁탈전이 벌어진다.
「잿밥다툼」의 결사적 주지자리 쟁탈전은 결국 승려들의 무명한 영욕이 근원적인 원인이다. 세속적으론 문중파벌이나 개인파당을 이끌기 위한 물질적 뒷받침을 마련키위해 수입좋은 사찰의 주지자리를 노리는 예도 없지않다.
돈은 물론, 부모형제의 핏줄까지도 절연하고 출가의 길에 들어선 속세단절의 그 엄중한「선언」을 무색케하는 승려들의 잿밥싸움은 거듭 원망스럽기만 하다.
걸망을 지고 동냥해 육신을 키우겠다는게 대비구의 절원이다.
주지들은 관람료·불전수입의 일부를 자기 마음대로 쓰기위해 머리를짜내야 하는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l년에 억대의 돈을 힘안들이고 재량대로 주무를수있는 사찰도 없지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같은 사찰이란 불과 한두개에 불파할뿐이다.
주지들의 금전비리는 때로 총무원에 대한 수입보고조자 무시한채「재량권」을 남용하는 예도 없지않다. 특히 금전비리와 관련해 새롭게 제기, 정화돼야할 문제는「부랑잡승」들의 행패와 금품갈취다. 승적도 분명치 않은 잡승이나 신원이 확실한 승려들까지도 l년내내 사찰을 돌며 약값·여비의 명목으로 주지들에게 돈은 요구하는 악습은 하루속히 근절돼야한다.
심지어 부랑승이 들어서면 주지는 뒷문으로 빠져나가 피신하는 숨바꼭질 (?)까지 한다는 얘기도 없지않다.
지방사찰 주지가 상경해 머무는 여관을 찾아가 협박, 돈을 갈취했다는 잡승의 이야기도 흘러나와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승려자질의 향상에 귀착한다. 인간 상식선의 교양과 윤리관조차가 의심스러운 일부승려들의 자질문제는 순화교육과 함께 일벌백계의 단호한 불교자체적 처벌과 사회의 응징이 있어 마땅하다 하겠다.
물론 사찰재정의 공개제도 확립과 천주교와 같은 중앙집권의 제도걱 보완도 바람직하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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