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 포럼

이명박 서울시장 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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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요즘 실적(實績) 얘기가 많습니다. 업적으로 평가하자는 거지요. 대권 예비주자들끼리 말입니다. 그것으로 후보도 고르자는 겁니다. 이 시장으로선 반가운 소릴 겁니다. 실적이 좋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반대합니다. 대통령의 자질은 실적만으로 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실적도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게 많습니다. 청계천이 이 정권의 실적이라 쳐보죠. 지지도가 올라갈까요. 별로일 겁니다. 청계천 못해서 지지도가 내려간 게 아니거든요. 다른 부문의 실책 때문입니다. 실적이 많기보단 실책이 적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정권을 보시지요. 이 정권이라고 실적이 없습니까. 있습니다. 어찌 됐든 정치개혁을 한 정권입니다. 국회의원들 돈 없다고 난리지요. 과거에 상상이나 했습니까. 그만큼 투명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합니까. 알아주지 않는데 말이죠. 실책이 많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대통령은 다릅니다. 시장은 일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도 일을 하지요. 그러나 그보단 일하는 사람을 쓰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덕목이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선 곤란하지요. 그 때문에 검증을 하는 겁니다. 안목을 봅니다. 그릇을 봅니다. 전체를 포용할 능력의 소유자인가를요.

그렇다면 이 시장은 어떻습니까. 그런 능력을 가졌습니까. 저는 그렇게 안 봅니다. 한쪽만 보고 있습니다. 그 점에선 노무현 대통령과 같습니다. 그의 실책도 그 때문이지요. 이 시장은 그 반대편만 봅니다. 반(反)노무현 말입니다.

그러나 이회창씨를 상기해 보시지요. 그도 한쪽만 봤습니다. 반(反)김대중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反)이회창이 생겨났습니다. 그가 친(親)노무현한테 졌습니까. 그들은 작았습니다. 결국 반이회창한테 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기억해 보세요. 반김영삼만 생각했나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뉴 디제이(New DJ)가 그거 아닙니까. 그러니 반이회창이 합세했지요. 그 속에 친김영삼도 있었으니까요. 결국 정권을 잡았습니다.

반대는 반대를 낳습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로 해야지요. 반대하다 끝낼 게 아니라면요. 정권을 잡으려 한다면 말입니다. 얼마 전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노 대통령이 마음에 든다는 얘기요. 누구도 안 믿습니다. 그런 걸 하라는 게 아닙니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란 얘기가 아닙니다. 그가 보는 쪽 사람들도 생각하란 얘기입니다. 결국 모두를 보란 말입니다.

편을 가른다고 정권을 욕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 반대급부를 챙기고 있잖습니까. 그보단 진정한 내 편을 만드세요. 그러자면 나부터 살피세요. 한쪽으로 기운 건 아닌지를요. 한쪽 사람만 모여 있는 건 아닌지를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고치세요. 그러고 난 뒤 실적을 얘기합시다.

이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