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나 홀로 점심' 20여 년 관행 깨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집무실에서 혼자서 식사를 하는 이른바 대법원장의 '나 홀로 점심' 관행이 20여 년 만에 사라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19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앞으로는 직원들은 물론 외부 인사들과도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대 대법원장들은 특별한 외부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구내식당에서 집무실로 점심을 배달시켜 먹었다. 법원의 권위를 지키고,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대법원장의 독상(獨床) 관행은 1980년대 초반부터 이뤄진 것으로 20년 이상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법원 내부에서는 "청렴의 의무를 실천하기 위한 자기 희생"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취임과 함께 "앞으로는 점심 때 국민을 광범위하게 만나서 사법부에 대해 무엇을 요구하는지 직접 듣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청사 3층에 15평 규모의 '난초 식당'을 대법원장 전용식당으로 새로 꾸며 17일 문을 열었다. 11층 대법원장 집무실 옆의 별실(別室)에 놓여져 있었던 식탁도 아예 치웠다. 새 식당은 13명이 사각형 식탁에서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벽지는 흰색, 식탁보는 옅은 갈색으로 꾸미는 등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고리타분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도록 했다"는 게 대법원 측의 설명이다. 이 대법원장은 18일 재경 지역 법원의 사무국장 10명과 함께 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대법원장은 앞으로 이 식당에서 일선 법관 또는 일반직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각계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현재 11월까지 점심식사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한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