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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수사받던 61세 예비역 해군 소장 투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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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예비역 해군 소장이 한강에 투신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방위사업청 사업부장을 지낸 함모(61·해사 31기·예비역 소장)씨가 28일 오전 8시10분쯤 한강 행주대교에서 투신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장에는 함씨가 타고 간 차량과 함께 유서와 신발 등이 발견됐다.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합수단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유서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함씨를 찾기 위해 투신 지역 인근을 수색 중이다.

 함씨는 정옥근(63·해사 29기) 전 해군참모총장 시절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했다. 전역 후에는 방위사업 관련 대기업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함씨는 국내 방산업체 A사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이날도 합수단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앞선 조사에서 일부 혐의가 발견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컸다고 한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사받던 사람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안타깝고 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함씨는 조사와 관련해서 이의 제기를 하거나 불만을 표시한 바 없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합수단은 대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의 장남 정모(37)씨와 윤연(67·해사 25기) 전 해군작전사령관을 이날 오전 긴급체포했다. 정씨가 운영한 업체 관계자 1명도 함께 체포했다. 정씨가 운영한 요트 제작·판매 업체 Y사는 정 전 총장이 현직에 있던 2008년 10월 해군 개최 국제 관함식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요트 대회의 광고비 명목으로 STX 측으로부터 7억여원을 받았다. 윤 전 사령관은 현재 STX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합수단은 이 돈이 납품 편의 등과 관련해 STX 측이 정 전 총장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특히 Y사는 별다른 활동 없이 폐업한 데다 실적도 거의 없는 회사다. 정 전 총장 측으로 가는 ‘뇌물 통로’로 이용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군용 고속함을, STX엔진은 군함용 엔진을 생산하는 업체다. 합수단은 윤 전 사령관이 돈을 전달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총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합수단은 당시 행사 후원을 결정한 강덕수(64·구속기소) 전 STX 회장을 최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했으며 전·현직 STX 임원들을 대거 조사했다.

 합수단은 또 공군 전투기 정비 사업비 사기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27일 체포한 예비역 공군 중장 천모(6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천씨는 2006년 전역해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 부회장으로 취직한 뒤 이 회사 대표 박모(54·구속기소)씨와 공모해 정비 대금 200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천씨는 수입을 축소 신고해 군 연금 수천만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민제·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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