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은행감독원장|정춘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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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의 은행감독원장만큼「주목받는자리」도 드물 것이다. 예부터 있어온 자리지만 독립성 강화의 명분으로 기능이 강화되어 원장이 채색할수 있는 백지가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임 정춘택원장은 스스로 알아서 감독원의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정통파 경제관료로서 재무부 외환국장·주미재무관·조달청차장·산은부총재·외환은행장등의 다채로운 경력에다 활달한 성격의 정원장이 어떤 방향과 속도로 감독원을 이끌것인가에 대해선 모두들 궁금해 하고있다.
『제도보다 운용이 문제입니다. 저를 믿고 조용히 두고보십시오. 하영기총재와 협의하며 「신축적」으로 감독원을 운용해 나갈것입니다.
『독립이라니, 누가 누구로부터의 독립이란 말입니까. 한은집행부나 은행감독원 모두 금통운위밑의 한 식구입니다. 현재 여러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것은 다만 감독원의 기능확충을 위한 어느정도의 자율성 보장일뿐이지요.』
『감독원 기능강화가 금융자율화·민영화에 어긋난다는 말도 있으나 자율에는 그만큼 책임이 강조되는 것이니 만큼 기능강화는 이런뜻에서 이해돼야합니다.
그는 잘 알려진 달변이다. 그러면서도 미묘한 문제엔 무척 신중하다.
『집행부와 감독원의 인사·예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됩니까.
『정기적인 인사교류는?』
『신임 행원의 선발문제는?』
이에대한 정원장의 대답은 역시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원장은 솔직한 태도로 몇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처음으로 밝히기도했다.
『부실기업정리·여신관리 강화에 있어서 각 주거래은행은 나름대로 독특한 경영스타일이 있지요. 저는 이를 최대한 존중할 것입니다. 각 주거래은행이 일선에 서고 감독원은 어디까지나 후선에 서서 제도적인 보완등으로 서포트(Support) 해야합니다. 감독원은 절대로 각기업과 1대1의 직접 접촉은 안합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능수행도 결코 건수·적발위주로 하지말라고 지시했습니다. 문제점을 찾아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만 단자등 제2금융권은 역사도 짧고 신설사가 많아 중구난방인듯 합니다. 빠른시일내에 확고한 룰(rule)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감독원 직원들은 빨리 매너리즘(Mannerism)과 콤플렉스(Complex)를 벗어야합니다. 또 각 업종별·은행별로 「신축성」있게 감독·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척) 를 준비하라고 일렀습니다.』
평소 영어단어를 요소요소에서 구사하는 정원장은 이날 「신축적」이라는 표현도 유난히 자주썼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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