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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에 한 방 맞은 미국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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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이 달러 강세의 역풍을 맞고 있다. 달러 강세의 충격에 프록터 앤드 갬블(P&G)과 화이자, 3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주요 다국적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부문의 비중이 큰 탓이다.

세계 최대 소비재업체인 P&G는 강달러의 직격탄을 맞았다. 27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30%나 줄었다. MS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도 10%나 감소했다.

기업 실적 분석기관인 파이어앱스의 볼프강 퀘스터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로 인해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이 매출액에서 입은 손실만 12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포트 피트 캐피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킴 포레스트는 “달러 강세의 충격이 느린 동작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환율로 인한 손실은 당분간 몇 분기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6개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 가치는 4% 상승했다.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달러 강세가 이익을 갉아먹자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존 모엘러 P&G 재무책임자(CFO)는 27일 컨퍼런스콜에서 “이제까지 겪은 것 중 가장 심각한 환율 충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 기준으로는 이 기간이 1분기이지만 다른 회사의 기준과 맞추기 위해 4분기로 부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CFO는 27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환율 영향이 아니었다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 늘어난 746억 달러,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난 180억 달러였다. 아이폰 판매량은 74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섀넌 크로스 그로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62%인 애플도 달러 강세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달러 강세의 추세가 지금과 같이 이어지면 올해 환율로 인한 손실은 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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