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아들 차두리 대표팀 은퇴,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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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62) 전 수원 감독이 아들 차두리(35·서울)의 대표팀 은퇴 의사를 존중했다.

차 전 감독은 27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 호주-아랍에미리트(UAE)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부인 오은미 씨와 경기장을 찾았다. 차 전 감독은 지난 25일 호주에 입국해 다음날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과 이라크의 대회 준결승전을 현장에서 관전했다. 아들 차두리는 이날 오른쪽 수비수로 나서 90분 풀타임을 뛰며 안정적인 수비로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호주-UAE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차 전 감독은 "경기 후 집사람이 먼저 두리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두리가 그걸 보고 본부석을 향해 손을 흔들더라"면서 "결승에 올라갔으니 기분 좋다. 일본축구협회 부회장이 내 뒤에서 이라크전을 봤는데 기가 빠져 있더라"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차두리는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을 은퇴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지난달 1일 K리그 시상식에서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는 20대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량과 체력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는 연장 후반 14분 상대 진영에서 볼을 잡아 70여m를 드리블한 뒤, 정확한 크로스로 손흥민(레버쿠젠)의 쐐기골을 도왔다. 차두리의 인상적인 활약에 축구팬들은 '차두리 은퇴 반대'를 위한 인터넷 청원도 진행했다.

차 전 감독은 "아쉬운 마음도 든다"면서도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 전 감독은 "두리가 축구 선수만 할 수는 없다. 선수로 그만큼 했으면 다르게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면서 "(대표팀 은퇴 의사는) 아들의 판단에 맡길 것이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따라야 한다. 두리의 마지막 경기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6시 시드니에서 열릴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차 전 감독은 "아빠로서 아들이 선수로 평생을 뛰어도 보고 싶다"면서 "결승전이 남았다. 두리가 은퇴하면서 좋은 선물 하나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뉴캐슬=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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