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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해외 자원 확보로 극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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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유가 급등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으며,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최근 5년간의 월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 국내 소비자 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유가 탓에 각 경제 주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고유가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여러 정책방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한 에너지 확보 전략이다. 고유가와 원자재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해외 자원 개발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외 자원에 대한 지분을 획득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자원을 수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자원을 고가에 수출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 자원 자주개발률을 현재 약 4% 수준에서 2013년까지 18%, 장기적으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이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자원개발전문기업 육성 및 유전개발펀드 조성 방안 등을 수립 중이며, 그 밖에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IMF사태 이후 위축됐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기업들의 신규 참여 및 투자 규모 확대 등으로 최근 들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카자흐스탄.러시아.인도.중남미 등지에 대한 정상 순방외교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그간의 축적된 탐사기술과 자원외교 노력은 최근의 잇따른 해외 유전탐사 성공 등으로 그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차 에너지 다소비형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전력회사에서도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호주 및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석탄광산 개발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바 있으며 7월에는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 4개 기관이 산업자원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 공동 추진을 위한 발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와의 LNG 구상무역, 나이지리아 석유광구 탐사사업, 카자흐스탄 우라늄광산 개발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고유가 행진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해외에서 자원을 싹쓸이하는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해외 자원을 개발,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국제 자원시장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과거처럼 단기적 수익창출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장기적 선행투자의 관점으로 마인드를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역시 자원 확보가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등 정부와 기업이 하나로 힘을 모아 날로 치열해지는 자원 확보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