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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우리나라가 63등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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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코스타리카.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2012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 결과 151개국 중 1위가 코스타리카이고 우리나라는 63위란다.

 매사에 신중한 어떤 친구가 있다. 살 때마다 망설이고, 사고 나선 교환할까 환불할까 망설이다 결국은 후회하고. 심사숙고도 좋지만 매번 후회하는 것도 문제다. 살 게 너무 많아 그렇단다.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친다나. 선택할 게 너무 많아도 탈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이란 책을 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식품점에서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24종류의 잼을, 한 시간 뒤에는 6종류의 잼을 가게 한구석 시식코너를 마련해 놓고 시식을 하게 했더니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 더 많은 손님이 모여들었단다. 하지만 더 많이 팔린 건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였다는데. 24종류의 잼이 진열된 시식코너를 거친 손님들은 망설이다가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6종류의 잼 진열대를 거친 손님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잼을 손쉽게 찾아 즐겁게 계산을 하더란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의 기회는, 선택을 고민하게 해서 만족도를 떨어뜨려 결국 덜 행복하게 만든단다.

 결혼하면 여자는 애 낳고 집안일 하고, 남자는 돈 버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 남자나 여자나 선택은 하나. 망설임도 후회도 없고, 교환권이 없으니 ‘정말 잘한 결정일까’ 고민 필요 없고, 환불권도 없으니 결혼을 물릴까 말까 망설임 또한 없고. 다 운명이려니 했다.

 선진국들을 제치고 코스타리카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가 된 것도 맥락은 이와 비슷할 게다. 그럼 우리도 예전으로? 문명의 달콤함과 편리함을 맛본 이상,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고. ‘지나치게 많은’ 것만 아니라면 선택권도 축복이다. 결혼을 하든 아기를 낳든 직장을 갖든 아님 독신으로 살든. ‘내 선택은 최선’이라 생각하자.

 그나저나. 불경기 탓에 선택권조차 없이 먹고살기도 벅찬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두가 선택이 하나이던 예전엔 없던 상대적 박탈감까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박또박 사노라면 밝은 날이 오려나.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흔들대는 정부 정책에 몸을 기대면 다치기 십상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의 미래가 이토록 걱정되고 행복 또한 멀어진 건 아닐까.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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