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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같은 별에 사는 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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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미용실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방법, 최근 알았다.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누군가 트위터에 올린 목격담을 통해서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 미용실에 들어선다. “제일 잘하는 디자이너로 불러 주세요.” “친구분 결혼식 가시나 봐요?” “바람 피우고 오늘 결혼하는 전 남친(남자친구) 결혼식요.” 두둥~, 미용실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생글생글하던 헤어 디자이너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지고 “이런 식으로 이렇게 여길 올리고 코르사주를 달죠”하며 예술혼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보조 미용사들까지 진지하기 그지없다. 원장 선생님도 등장했다. “나중에 메이크업도 손봐 드릴게요.” 그렇게 완벽 풀메이크업을 끝내고 나가는 여자를 향해 일동이 비장한 인사를 건넨다. 누군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에게 갑옷을 입혀주는 느낌일까요. 이런 순간, 우리는 같은 편입니다.”

 같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종종 오해를 받는다. 엄마가 된 친구들과 최근 일어난 어린이집 폭행 문제를 이야기하며 나는 약간 억울했다. 이성을 잃고 아이를 후려친 교사에 대한 비난, 아이 키우기 어려운 이 사회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던 친구들이 마지막엔 결국 이렇게 말해서다. “너는 애가 없으니 별 관심 없겠지.” 물론 내 아이가 맞고 들어왔을 때의 속상한 마음, 생생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폭행 동영상은 나에게도 끔찍했으며,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모든 아이가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구구절절 설명하다 잠시 울컥했다.

이런 판국인데 나라의 정책 역시 자꾸 편을 가른다.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전업주부 어린이집 이용 제한’이라는 발상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와 전업주부를 같은 재화를 두고 싸워야 하는 적으로 만들었다. 샐러리맨들에게 유독 불리하다는 연말정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괜히 미워진다. 기혼과 미혼이 대립하고, 남자와 여자가 싸운다. 함께 해결을 고민해야 할 문제를 앞에 두고 먼저 옆 사람에게 눈을 흘기게 되는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일은 결국 연대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결혼하는 남자가 자신의 전 남친은 아닐지라도 손님의 마음에 공감해 최고의 협업을 보여준 미용실 디자이너들처럼. ‘나’를 ‘우리’로 확장할 준비가 돼 있는데 그걸 힘들게 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 아니다. 우리는 불행인 듯 다행히 같은 별에 살고 있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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