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유전자 검사] 상. 결과 표기·해석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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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가 7월 중순 이 두 업체의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연락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30대 주부"라며 상담을 받았다. 두 업체의 '유전자 상담사'들은 5, 6가지의 검사를 함께 받아보도록 적극 권했다. 이를테면 "술.담배.음식 등에 집착하는 성향을 알 수 있는 중독성 유전자도 함께 확인해봐라" "우울증이나 골다공증, 자궁경부암 검사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식이었다.

A사에선 체력.비만.중독성.골다공증.우울증.자궁경부암 관련 유전자 등 6가지 검사를 받았다. 자궁경부암 검사가 17만원 등 모두 44만3000원이었다. B사에는 '아내사랑'이란 패키지 검사를 신청, 체력.알츠하이머성 치매.우울(폭력).비만.골다공증.당뇨 관련 유전자 검사를 24만8000원에 받았다.

이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라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는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아 시행하고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전자 상담사와의 전화상담으로 모든 검사가 가능했다. 암 관련 유전자 검사를 위해 직접 간호사를 취재기자에게 보내 채혈해 가기도 했다. 이는 의료법 위반이다. B사에는 머리카락 몇 올을 뽑아 우편으로 보내줬다.

7월 말 접수한 유전자 검사 결과는 열흘쯤 뒤 우편으로 도착했다. A사 결과서 첫 장엔 '감수자'라는 의미인 듯 S대 의학박사 이름이 찍혀 있었다. 대한의사협회에 이 의사의 면허번호를 가지고 문의한 결과 "현재 소속 불명인 70대 의사"라고 했다.

두 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받은 체력과 골다공증 관련 유전자 검사 결과마저 상반되게 나타났다. A사에선 "약한 지구력을 가진 다소 떨어지는 체력(DD형)이며 골다공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B2B2, X2X2형)"고 한 반면, B업체는 "심장질환 가능성이 다소 있으나 보통 체력(ID형)이며 골다공증 발생 가능성이 낮다(BB형)"고 한 것이다.

원자력의학원의 홍영준 진단검사의학과장은 "같은 골다공증 관련 유전자(VDR) 검사 결과조차 표기방식과 해석이 다른 것은 유전자 검사가 얼마나 기준없이 시행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고종관.김정수.강승민 기자,오혜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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