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널사의 횡포 코널모의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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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말썽많던 미곡물업자 코널사가 또다시 말썽을 빚고있다.
년전의 외미사건 악령이 되살아나는 것같아 영 씁쓰레한 기분이다.
문제의 쌀 11만2천t 수입은 어차피 나라차원에서 우리정부가 이미 약속한 일이니만큼 만의 하나라도 감정을 개입시켜서 처리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더욱 우리의 쌀농사가 언제 또 흉년이 들어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지 모르는 형편이므로 외교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상거래상의 신의는 지켜나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자제하려해도 불쾌할수밖에 없는것은 코널의 소행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나라간의 약속을 이용해 바가지를 잔뜩 씌우자는 흑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때문이다 (나라간의 약속과정 자체에도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겠지만-).
코널사의 횡포가 오죽하면 미국신문이 『해도 너무한다』는 내용의 폭로기사를 실었겠는가. 코널의 횡포때문에 한미우호에 행여 금이 가지않을까하고 걱정해준것은 오히려 자기네나라 신문이다.
국내신문들이 이것을 베껴보도했고 그제야 우리독자들은 「괘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정부당국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관대한 입장을 취해왔다. 알려진대로 코매트사가 선적기일을 이미 어겨서 무효화시킬수 있었던것도 1차 연기시켜준바 있고 이번에도 역시 박절한 조치를 계속 유보하고 있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약속은 어디까지나 약속」임을 우리정부는 행동으로 보여준셈이며 분명한 계약위반에 대해서 조차 한국적 인정을 계속 베풀어왔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조달청당국은 코매트사가 계약사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조차 국내신문등이 보도하지 않도록 당부 (?)했고, 미국신문이 떠들고 난뒤에도 계속 위약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것인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기자로서는 두번 창피함을 느껴야했다. 첫번째 창피는 한국이야기에 관한 보도를 미국신문에 빼앗긴것이었고 두번째는 그러고 나서도 우리외 조달청당국자로부터 여전히 침묵을 요구당한 것이다오 말인즉 언론의 침묵이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것임을 거듭강조하는것이었다.
『아니, 외국신문이 대문짝같이 썼는데도 말입니까』
『아무튼 말할처지가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잘 협조해주셨는데 이번도 부탁합니다』하긴 재작년 외미사건으로 한참 야단이었을때 모당국자는 국회답변에서 『사전에 신문을 막지 못한것이 결정적인 실수』였음을 지적하기도 했었으니까. 혹시 이런 풍토를 잘알고 코널친구들이 분수를 잊고 방자한 행동을 일삼는것은 아닐지.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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