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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아이 키우다 병 키운다, 시간 정해 돌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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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가 좋은 할머니가 만들어 준 실전화기는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이 된다. 신동연 객원기자

수퍼 그랜드맘이나 수퍼 그랜드파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 ‘마지못해’ 또는 ‘용돈을 주니까’ ‘시간이 남아서’… 이런 생각은 의무적인 조손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성취감이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독이다. 이를 극복하고 손주 육아에 적극 참여한다고 해도 걸림돌은 많다.

갱년기에 접어든 몸이 예전만 못하다. 또 과거 육아 방식이 다르거나 지식 부족으로 자녀와 충돌할 수 있다. 내 건강을 챙기고, 자기계발을 병행하면서 손주까지 잘 돌보는 건강한 육아법을 짚어본다.

정리=김선영 기자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1  상한시간 정하고, 잠은 따로따로

온종일 이어지는 양육은 조부모를 가장 힘들게 한다. 일어나면서부터 잠들기까지 매 순간 손주를 책임지는 건 불가능하다. 자녀에게 요청이 왔을 때 미리 육아 상한선을 정하는 게 좋다. 하루 최대 4시간, 평일만 가능하다, 낮 동안만 돌보겠다, 잠은 부모가 데리고 자야 한다 등 실천 가능한 범위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 약속된 육아 규칙을 통해 심신의 부담을 덜어낸다.

2  나쁜 자세 금물, 피곤하면 목욕·찜질

손주 육아는 체력전이다. 반복적인 나쁜 자세는 만성피로의 원인이다. 되도록 쪼그려 앉지 말고 몸을 숙이는 자세를 피한다. 갓난아이가 아니면 방바닥 대신 아기침대에 뉘여 높이를 조절한다. 가장 흔한 동작은 아이를 안는 자세다. 아기를 안을 땐 팔꿈치를 붙인다. 팔을 벌리고 안으면 어깨관절, 팔꿈치, 손목 등에 부담이 크다. 피곤하다고 느끼는 건 대체로 근육 탓이다. 목덜미나 허리 등이 뻣뻣할 땐 따뜻한 목욕과 찜질이 도움이 된다. 운동과 스트레칭은 필수다. 배·척추·손목·허벅지 부위 근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3  단 음식 치우고, 단백질 채우고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손주 밥이 먼저다. 손주 밥을 챙기다 보면 끼니를 놓친다. 손주가 남긴 밥으로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입맛이 돌지 않아 손주 간식을 밥 대신 먹기도 한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영양 불균형, 체중 변화가 흔히 나타나는 이유다. 영양은 50~60대에 가장 중요한 건강 요소다. 고기 같은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D 부족을 막는 유제품도 챙겨 먹어야 한다. 손주와 간식을 먹을 땐 고구마, 바나나를 먹는다. 혈당을 덜 높이기 때문이다.

4  육아 스트레스 털어낼 외부 활동 해야

육아는 간병과 비슷하다. 아픈 사람 곁을 떠날 수 없듯 손주 주변에 늘 머물러야 한다. 육아 시작과 동시에 자주 찾던 노인정·복지관에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다. 사회활동이 단절되면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이런 감정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찾고 실천한다. 자녀와 상의해 노래교실, 스포츠교실에 다니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바깥 활동을 통해 육아 스트레스를 줄인다.

5  특기 살린 놀이법, 자기계발은 덤

할머니·할아버지의 특기는 좋은 놀이법으로 활용 가능하다. 글쓰기, 만들기, 요리, 이야기하기 등 놀이법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책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집 안에 남아도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만들어도 좋다. 손주와 친구를 한데 모아 구연동화를 읽어주면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보다 만족도 높은 놀이법을 위해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 지역 노인복지관을 활용해 보자. 조부모를 위한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다.

6  즐거운 육아, 방법 모르면 전문가 SOS

밥을 씹어서 자식 입에 넣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젊은 부부들에겐 달갑지 않은 장면이다. 전통적인 육아 방식은 종종 신육아법과 충돌한다. 아기를 돌본 지 오래돼 양육법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다. 이럴 땐 전문교육이 도움이 된다. 아이의 발달과정에서부터 우는 아이 달래는 법, 아기 목욕시키기, 이유식 만들기 등 육아법 습득이 가능하다. 집에서 발생 가능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조부모 육아 강좌는 일부 지역 보건소, 노인복지관, 사설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7  할머니·할아버지 역할 분담해 함께 양육

오래전부터 육아는 여자 몫이다. 여자의 사회활동이 급증한 지금까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공식은 조부모 육아에서도 적용된다. 할머니가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집 안의 관심과 사랑은 손주에게 쏠린다. 반면에 할아버지는 소외받는다. 할아버지도 육아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분유 만들기, 기저귀 갈기 등 간단한 육아활동부터 시작하면 좋다. 손주가 외출해도 될 정도라면 함께 야외활동을 할 수도 있다. 바쁜 아빠를 대신해 몸으로 놀아주는 게임을 함께 해도 좋다.

8  가족의 지지가 육아 만족도 상승

건강한 육아는 조부모만의 몫이 아니다. 조부모의 육아를 당연히 여겨선 안 된다. 성인 자녀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자주 말로 노고를 치하하는 게 기본이다. 적절한 경제적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육아를 맡겼다면 집안일 부담은 덜어주도록 한다. 개인시간을 보장하고 취미활동을 추천한다. 몸의 특별한 이상은 없는지 부모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묻고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도움말=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인식 교수, 인제대 간호학과 오진아 교수, 내손주학교 유주희 대표

올해 시행 예정인 육아 강좌

·강남구육아종합지원센터 ‘조부모 육아교실’ 02-546-1756/1736~7
·서대문구보건소 ‘우리손주 육아교실’ 02-330-1830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 ‘조부모 육아교실’ 051-638-6910
·구리시보건소 ‘조손 교실’ 031-550-8668
·의왕시보건소 ‘조부모 손주 돌봄 육아교실’ 031-345-3592

도움 될 만한 책

·할머니의 꽤 괜찮은 육아(김신숙 지음, 예담, 255쪽)=할머니가 손녀딸을 돌보면서 얻은 육아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아이 정서와 신체 발달에 도움 되는 육아법을 비롯해 할머니들이 시도해볼 만한 신세대 육아법을 담았다.

·하빠의 육아일기2(신상채, 책과나무, 302쪽)=할아버지 시선에서 바라본 손주들의 성장기. 손주를 양육하면서 겪는 애환과 갈등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육아 때문에 울고 웃는 조부모들이라면 공감하기 충분하다.

·격대교육이 오바마를 만들었다(전영철·전샛별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232쪽)=삼대가 한 울타리에서 살던 시절 격대(隔代)교육은 생활이었다.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를 길러낸 격대교육법에서 조부모 육아의 성공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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