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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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는 7일 샌터클로즈 할아버지를 잃었다. 그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부패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결같이 희망의 메시지만을 들려주던「허먼·칸」박사의 계음.
턱수염이 북슬북슬한 얼굴, 언제나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바로 지난해, 전후 최대의 불황속에서도 『더 커밍 붐』이라는 신저를 내놓았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 어느 시인의 영탄(詠嘆)과도 같이….
「칸」박사를 세상에선「미래학자」로 부르지만 원래는 자연과학도였다. 1922년 미국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대학 LA분교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 대학졸업3년후인 1948년엔 캘리포니아주립공대 대학원에서 다시 물리학 과정을 밟았다.
이 과학도가 1961년 몇몇 친구들과 추렴을 해 허드슨연구소를 차렸다. 사회개발, 정치, 사회, 기술, 문화의 변동 예측, 때로는 핵전략과 안보문제까지도 다루는 컨설턴트 기관이다.
이 연구소의 「달콤한 예언들」은 어떤 나라에선 정치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류의 대다수를 먹여 살리는 것은 희망』이라는 어느 철인의 명언도 있다. 전쟁과 빈곤과 폭력에 찌든 사람들에겐 그런 샌터클로즈할아버지도 필요하다.
「허먼·칸」의 이른바 악관론은 결코 허황되지만은 않다. 인류의기술개발능력, 아직도 50%나 남아 있는 지구의 자연자원,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부의 축적등은 모두 그 약관논의 근거를 이루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21세기중 세계총생산고(GWP)는 4백조달러를 기록한다. 이때 지구인구는 2백억.따라서 지구인 한사람당 소득은 2만달러에 달한다.
이쯤 되면 인구 증가도 멈추고, 식량도 공장에서 재배되거나 합성되어 굶주림의 문제도 없어질 것이다.
물질 만능에 의한 사회도덕의 퇴락? 「칸」 박사는 여기에도 명쾌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때가 되면 소득분배나 사회정의의 문제는 작은 문제로 줄어들 것이라고-.
「칸」은 20세기의 세계경제를 4단계로 구분했었다. 제1기는 1886∼1913년까지의 제1차 벨 에포크(belle epoque), 좋은시절이다.제2기(1914∼1947년)는 모베즈 에포크(mauvaise-epoque), 어두운 시절. 제3기(1948∼1973년)는 다시 엘 에포크. 1974년부터 2000년까지의 제4기는 명·암, 그 어느쪽도 아닌 레포크 말레즈(L'epoque de Malaise), 부패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칸」박사는 근저 『세계의 경제개발 1979년과 그 이후』에서 한국을 경제개발의 영웅적인 나라(히어로)로, 한국의 미래를 「부유국 그룹의 정회원」국으로 꼽았었다.
「칸」박사의 계음을 들으며 이제 그의 예언을 확증해야할 사람은 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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