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26일 이라크를 넘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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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난적은 피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9위(아시아 3위) 한국이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라크(FIFA 랭킹 114위)와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당초 아시아 1위 이란(FIFA 랭킹 51위)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라크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이라크는 23일 캔버라에서 열린 이란과 8강전에서 120분 혈투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승리했다.

이라크는 아시안컵의 강자다. 월드컵 본선은 1차례(1986년) 나섰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최근 6회 연속 8강 이상 올랐다. 지난 2007년에는 사상 처음 아시안컵 정상에 올라 전쟁의 상처로 힘들어하던 이라크 국민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라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이라크와 역대 A매치(국가대항전) 상대전적에서 6승10무2패로 앞서있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는 달랐다. 1972년과 2007년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1972년 대회 조편성 경기에서는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차범근 등 3명이 실축해 2-4로 패했다. 2007년 4강에서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염기훈·김정우가 실축해 3-4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한국을 꺾은 이라크는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에서 이라크에 0-1로 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시안컵에서 8년 만에 이라크를 만난 한국은 체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이라크는 한국보다 하루 늦게 8강전을 치러 연장 혈투까지 펼쳤다. 이란과 경고 11장(이라크 7장·이란 4장)이 난무했고, 핵심 선수인 미드필더 야세르 카심(24·스윈든타운)이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 라디 셰나이실(49) 이라크 감독도 이란전 직후 "체력적으로 우리가 불리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라크는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또 한번의 한국전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이라크는 2007년 아시안컵 우승 이후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는 최근 3년동안 청소년 대회에서 괄목할 만 한 성적을 냈다. 2013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고,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U-22)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이 대회 4강에서도 한국은 이라크에 0-1로 패했다. 이라크는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 23명 중에 25세 이하가 19명이나 된다.

이라크의 정신적 지주인 주장 유니스 마흐무드(32)도 경계대상이다. 2007년 아시안컵 한국전에도 출전했던 유니스는 당시 4골을 넣어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A매치 135경기 53골을 넣은 그는 주요 국제 대회마다 맹활약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4강 주역이었고,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출전해 태국과 3-4위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동메달을 이끌었다. 이번 아시안컵에도 2골을 기록중인 유니스는 "한국은 강팀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2007년의 좋은 기억도 있다. 그 기억을 다시 재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4강에서 이라크를 꺾으면 호주-아랍에미리트(UAE) 승자와 31일 시드니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던 호주는 8강에서 중국을 2-0으로 격파해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8강에서 우승후보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쳐 이변을 일으킨 UAE는 기세를 이어 개최국 호주마저 꺾겠다는 각오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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