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사육 "과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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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반년전만해도 공급이 달려 수입해야겠다는 말까지나오는 과소파동을 겪은 돼지가 요즘은 과잉파동을 빚고 있다.
6월말 현재 돼지는 총3백18만3천마리. 한창 모자란다고 하던 작년 12월말에 2백18만마리였다. 6개월사이에 1백만마리가 늘어난 셈이다. 돼지가 남아돌고 값이 형편없어 새로태어난 돼지를 개천에 내다버리기까지 했다는 79년의 돼지파동때 3백17만8천마리보다도 많다.
이것은 우리나라 돼지사육 적정두수인 2백50만마리보다는 거의 70만마리나 많은 숫자다.이번 돼지과잉상태가 보통 심각한게아니다. 특히 번식돈인 모돈(어미돼지) 의 숫자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허신행박사 표현대로 『역사이래최고수준』인 55만4천마리에 이름으로써 불황은 1년이상 장기화될 전망이다.
돼지만 번식한게 아니라 양돈농가도 급속도로 증가해 지난3월 42만8천호에서 6월엔 52만9천호가 됐다. 석달사이 1만호이상이 새로 양돈에 손을댔다. 파동의 피해자가 그만큼 는셈이다.
올해 하반기의 파동을 전망할때 월별 초과공급률은 7월 23%, 8월 34%, 9월 13%, 10월엔 42%나 되어 연말엔 총사육두수가 3백80만마리에 이르러 근4백만마리에 육박할것 같다는게 정부추산이다.
이에 따른 돼지가격의 하락률도 농경연에 따르면 7월 10%, 8월 15%, 9월 6%, 10월 19%, 11월 4%등 월평균 10%이며 매월 초과량을 소화시키지 못하면 하락률은 누증돼 실제 이 수치보다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연초 돼지과소파동은 작년말 전국적인 돈꼴레라에서 비롯됐다는게 농수산부의 분석. 양돈농가가 쉬쉬해 제대로 파악은 안돼도 수십만마리가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본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돼지고기 수요는 느는 법인데 당시 시장에 나오는 돼지는 격감했다. 그런데다가 신·구정까지 있었으나 돼지값은 자연히 올랐다. 출하체중 90kg짜리 어미돼지 1마리값이 19만5천원까지 뛰어올랐다. 정육점에선 그나마도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불평이 많았다. 다급해진 농수산부는 돼지고기를 수입해야겠다고 까지나왔다.
이때 고육지책으로 내놓은것이 수입쇠고기값의 인하조치였다. 6ℓ 근당3천2백원에서 2천9백원으로 내렸다. 돼지고기와의 가격차이가 불과 9백원. 소비를 쇠고기로 유도하면 돼지고기파동은 둔학되지 않겠느냐는 계산이었다. 즉흥식 대증료법이다. 정부 바람대로 공급부족파동은 없어졌는데 그대신 공급과잉파동이 빚어지고 있는것이다.
본래 우리나라의 양돈은 양적으로는 학대되었어도 취약점은 그 상태가 심각하다.
70년말만해도 돼지수는 1백10여만마리였다. 10여년만에 3배이상 확대됐다. 경제성장 소득수준향상으로 축산물수요와 소비량이 늘었다. 생산도 부업으로 하던게 전업·기업까지 끼어들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육방식도 먹고남은 음식찌꺼기나 주던것과 달리 무제한 도입되는 수입사료로 생산율이 커지고 있는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의 과소·과잉반복에 따른가격의 오르내림이 심해 양돈당사자만 울고 우는게 아니라 당국도 이에 맞춰 북새통을 되풀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피그 사이클(돼지 경기주기)은 30개월.
대략 1년6개월 간격으로 호·불황이 교차해온 셈이다. 거기에다가 생산기간이 1백80일정도로 짧기 때문에 손쉽게 양돈에 뛰어들고 심지어 투기성까지 개입된다.
불황이 지나면 한탕하게 될것이란 기대로 돼지사육을 계속하거나 새로 뛰어드는 일이 많아 사육증감폭이 심하다.
거기에다가 유통과정의중·장기 저장능력도 갖춰져있지 않을뿐아니라 통조림·소시지등 육가공코스트가 높아 제품값이 비싼것등의 이유로 가공능력도 향상되지않고 있다.
기대가격에 의한 양돈도 문제려니와 예상치않은 사태가 빚어질 경우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도 없는 상태여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급과잉 파동때마다 정부가 할수있는 말이라야 고작 『소비촉진홍보를 펴겠다』는 정도다.
여력이 없으니 수매·비축도 못하고 시장의 한계때문에 수출도 추진할수없는 실정이다. 내면적으로 행정력을 통해 생산조절이나 꾀하는 형편이다.
기본적으로 돼지가격 결정구조가 시정되어야 할것이다.
정부의 행정력이 개입될게 아니라 시장의 자율적 조절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되고 생산이 이에 맞추어 스스로조절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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