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농구, TV로 못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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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농구 2005~2006시즌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할 수 없을지 모른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올 시즌 프로농구 중계를 하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고, 케이블 매체들도 중계할 계획이 없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농구연맹(KBL)이 스포츠마케팅사인 IB스포츠와 50억원에 중계방송 판매권 계약을 한 것이다. IB스포츠는 KBL 경기의 중계 권한을 지상파와 케이블 등 국내 방송사에 재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 같은 KBL의 조치에 반발, 중계권을 재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KBL과 40억원 정도의 중계권료를 놓고 협상 중이었는데 돌연 IB스포츠와 계약했다"며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IB스포츠는 중계권 재판매가 불발될 경우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Xsports(엑스포츠) 채널을 통한 단독 중계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방 방송의 중계 장비와 인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지상파 방송사와 오래 협력해온 관계라 협상이 어렵다. Xsports의 김정환 PD는 "지방 방송사들이 지상파 방송사와 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선뜻 중계를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올 시즌 프로농구 중계방송은 없다. 일차 피해자는 농구팬이지만 궁극적인 피해자는 KBL의 10개 회원사다. 이들은 중계방송 1회당 1억~2억원의 광고 노출 효과가 발생한다는 전제하에 연간 50억원 전후의 구단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신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KCC 측도 당황하고 있다. KCC 홍보담당 이사이기도 한 안문기 단장은 "상황 전개에 따라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잘 풀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KBL 내부에서는 "계약과 관계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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