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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혈육찾기」밀물|6·25의 상처 아직도 생생…KBS「이산가족찾기」의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총 41시간40분이란 한국방송사상 유례없는 생방송기록을 수립하면서 5일간 계속된 KBS 제1TV의 「이산가족찾기운동」은 서울본부에서만도 1천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매달려야만 했다.
『이 사람을 찾습니다』란 타이틀로 30일 하오 10시15분 첫 전파들 내보낸 이 프로그램은 당초 1일 새벽1시까지로 끝낼 계획이었으나 이산가족행렬이 몰리자 정규방송을 미룬채 4일을 더 계속 해야만 했다.

<생방 41시간40분>
시청률 78% (KBS발표)라는 이 프로가 처음 기획된 것은 6월말. 어느 해 보다도 유난히 특집이 많았던 올해 6·25기념방송은 「원호의 달」 6월을 마지막 보내면서 이산가족을 찾는 특별생방송을 기획하라는 이원홍 KBS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
이 같은 이 사장의 기획은 26일 방영됐던 생방송 『낙동강 1천3백리』와 『추적60분-6·25 무엇이 생각납니까』가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추적60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장면이 방영된 이후 제작팀에 인터뷰한 한여인이 자신의 처형같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 나이와 이름이 같고, 서물흑석동 고아원출신이란 점이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보고되자 『낙동강…』 에서 「다부동 전우를 찾습니다」란 소제로 다부동 전우를 한자리에 모았던 기획을 연계시켜 이산가족찾기방안을 모색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30일 밤 진행된 생방송의 확인과정에서 전화로 문의했던 이금순씨와 이갑순씨는 자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들은 5백여 가족을 만나게한 주춧돌이 된 셈이다.
첫날 서울지역방송에서 이틀째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춘천 강릉 청주 전주 제주 등 9개 지방네트워크를 서울과 연결시키는 전국규모로 확대, 나을째는 서울∼지방뿐 아니라 지방∼지방간의 연결도 가능케 함으로써 실질적인 전국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으로 진전됐다.


프로그램의 총괄을 맡은 안국정 KBS기획제작1부장을 비롯한 전 스탭들은 교대도 없이 5일을 계속 일해야 했을 정도. 공개홀진행을 맡은 유철종·이지연 두MC (스튜디오830출연)도 2일 하루만 김동건·신은경 두 아나운서에게 바통을 넘겼을 뿐 강행군을 계속했다..
KBS 한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7·4공동성명 11주년이 되는 4일까지 방영한 다음 일단 중단, 이를 정규프로로 고정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대한적십자사가 접수를 맡고 접수순에 따라 KBS가 방송하는 2원체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제주간 상봉>
○…가장 감격적인 해후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것은 곽탐실(58)·곽만영 (49) 남매의 상봉.
전쟁당시 가족보다 먼저 월남, 영등포역 화차간에서 행방불명된 누나 탐실씨를 찾아 KBS에서 사흘밤을 지새운 만영씨가 드디어 33년만에 누나를 찾아낸 것.
확인과정에서 부친 곽춘길씨(78)가 동생과 함께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매는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의 최복길할머니(73)와 제주 김영시씨(39)와의 브라운관을 통한 상봉은 가장 멀리 떨어진 가족이 만난 경우.
6·25당시 서울 숙명여고 근처에서 동생 영일씨 (당시나이 2세)와 함께 어머니를 잃어버렸던 영시씨가 제주KBS를 통해 부모를 찾자 서울의 최할머니가 달려나온 것.
몸의 볼거리 흔적으로 친자임을 확인한 최할머니는 와병중인 김씨를 찾아 제주도로 찾아갈 것을 약속했다.

<접수대서 만나기도>
○…접수하러 뫘다가 접수대위의 TV수상기를 통해 그 자리에서 상봉한 행운의 경우도 있다.
1·4후퇴이후 강화 을지명단에 살고있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을 찾아나선 김종성씨 (54) 가 형을 찾는 방송을 하고있는 동생 종길씨 (52) 의 모습이 TV화면에 나오자 곧장 공개홀로 달려가 감격의 해후를 했다.
○…KBS의 이산가족찾기운동으로 왜정때 헤어진 친지를 찾는 이도 생겨났다. 47년만에 만난 손용출(61)·진출(50)형제도 이런 케이스니 3세때 어머니의 등에 업혀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나왔다가 어머니를 잃어버린채 졸지에 고아가된 진출씨가 이번 이산가족운동을 보고 강원도 화천에서 서울로 뛰어 올라와 사흘을 보낸 끝에 드디어 찾아낸 것.
이들 형제는 앞으로 함께 살기로 합의했다.
○…「이산가족」 륵집방송은 이산가족은 물론 전 국민에게 6·25의 비극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었고 큰 감명을 불러일으켰다.
고향이 제주도인 양성준씨 (42·서울 당산동 272)는 『6·25 가족들이 제주에 있어 아무도 헤어지지 않았지만 이 프로를 매일 보았다』면서 『전쟁의 상처가 이렇게 깊고 길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편 KBS가 자체조사한 시청률은 최하 40%, 최고 78%로 높은 시칭률을 기록, 국민적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여의도 KBS본관 건물외벽은 이산가족들의 피맺힌 염원이 적힌 5천여장의 벽보가 붙어 「통한의 벽」이 된 셈. 「누가 이사람을 아시나요」 「지금은 70세 할머니가 된 어머님!」 「원산짱구입니다」라고 손수 적은 이산가족들의 눈물겨운 사연은 TV에 소개되었지만 찾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행여나 하는 기대속에 내붙인 것. 이산가족 이성혁씨(56·서울 금호동364)는 『3천장의 벽보를 봤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며 『내일도 나오겠다』고 했다.

<도미연기, 신청도>
○…이산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이 방영된 이래 KBS본관에는 3일 하오까지 5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여의도전화국에서는 이들을 위해 DDD (장거리자동전학) 2대와 시내용 8대가 설치된 이동전화차량 4대를 특별배차, 애끊는 사연을 연결해주었다.
○…6·25때 대구에서 헤어진 조카딸을 찾는다는 강순열씨 (63·여·서울 신길2동 190의157)는 동명이인으로 희비가 3번이나 엇갈려 주의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강씨가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세째오빠 강우성씨의 유복녀인 강금옥씨 (47) .
강씨는 오빠·남동생·여동생 등 동기가 모두 11명.
그러나 강씨와 세째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 자매가 모두 결혼하기 전에 죽었다는 것.
강씨는 『세째오빠도 간신히 결혼은 했으나 딸 금옥이가 아홉달이 됐을때 29세의 나이로 죽어 친정집 혈육으로는 금옥이 밖에 없었는데 대구에서 피난생활을 할때 아래마을로 물길러 간다고 나간 금옥이가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며 흐느꼈다.
강씨는 KBS에서 「이산가족찾기」방송이 나가자 미국에 가는 것을 연기하고 지난 1일 KBS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
강씨는 4일 하오2시쯤 충남 서천군 한산면 면사무소에서 금옥씨의 시아버지 된다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기쁨에 넘쳤으나 아버지이름도 틀리고 남편(금옥씨의 고모부)직업도틀려 실망에 빠진 것.

<전력 일18만kw 더 써>
○…철야방송이 있던 1일과 2일 밤의 전력소모량은 평상시보다 18만kw이상 더 많았다.
한전은 평상시 자정부터 새벽1시까지의 평균전력소모량은 5백43만7천kw였으나 1일 자정부터 새벽1시까지는 이보다 18만6천kw가 많은 5백62만3천kw였고, 2일의 같은 시간에도 비슷한 양의 전력소모가 있었다.

<세계 각지서 보도>
○…「이산가족」 특집방송은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AP·UPI·로이터·AFP통신은 KBS가 전국TV방송망을 통해 연4일째 이산가족찾기운동을 벌인데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KBS의 이 프로가 한국방송사상 가장 성공적인 것이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신문들도 한국방송공사(KBS) 가 벌이고 있는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3, 4일에 걸쳐 이례적으로 크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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