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대망의 전기우승|OB가 삼미 물어줘 남은 경기 관계없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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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산=조이권기자】해태타이거즈가 마침내 83년 프로야구 전기리그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었다.
해태는 24일 부산의 대롯데자이언트 전에서 7-3으로 패했으나 삼미슈퍼스타즈가 OB베어즈에 6-5로 분패함으로써 어부지리로 타력 우승이 확정된 것이다. 해태가 남은 2게임에서 전패하고 삼미가 남은 2게임을 다 이기더라도 해태는 승률(0·592)에서 삼미(0·580)에 앞서 우승이 결정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해태의 우승은 열화 같은 호남야구팬들의 뜨거운 성원에다 뚝심과 배짱의 코끼리감독 김응룡씨의 용병술, 그리고 강속구 이상윤 투수의 호투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홈런과 타점1위의 김봉연과 투타에서 제몫을 해낸 김성한, 15게임연속안타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김종모의 지원사격이 주효했다.
수비에서는 내야수비의 핵인 유격수 서정환과 준족 호타의 김일권이 빠른 발로써 중견수의 멋진 수비를 한데서 얻어낸 값진 개가다.
주장인 김봉연은 홈런(16) 타점(47)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타격에서도 3할5리(1백77타수 54안타)로 10위에 랭크 돼있다.
삼미와의 우승고비인 지난7일부터의 광주 3연전에서 투수로 나와 완봉승을 거두었던 김성한도 타격2위(1백70타수58안타 0·341)로 맹활약을 보였다.
또 중견수 김일권은 타격11위(0·302), 유격수 서정환은 타격19위(0·287)로 호타호수로서 해태우승을 이끌었다.
작년 홈런 (김봉연) 타점(김성한) 도루(김일권) 등에서 3개 부문의 개인상을 차지하고도 38승42패로 종합4위에 그쳤던 해태는 지난해 9월7일 4개월간의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응룡씨를 제2대감독으로 스카우트하면서 팀웍을 다졌다.
작년10월19일 새 사령탑으로 앉은 김 감독은 흩어진 팀웍을 배짱과 뚝심으로 다듬으면서 「자율야구」를 표방했다. 선수들에게는 일체의 잔소리를 삼가고 선수개인의 배팅을 살리는 「자기야구」를 강조, 해태전기 우승을 엮어 낸 것이다.
이 같은 김 감독의 뛰어난 지휘능력을 구심점으로 하여 선수전원이 일치단결, 호흡을 같이함으로써 무서운 위력을 나타냈다.
특히 호남야구팬들의 성원은 해태우승에 빼놓을 수 없는 밑거름으로서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래서 프로야구 6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팬들을 확보한 팀이 해태고 해태가 가는 곳에는 야구팬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스탠드에서 뜨거운 성원과 박수갈채를 보내는 호남 팬들의 조화가 오늘의 해태 우승을 이끈 것이다.

<시상은 26일 대구서>
해태타이거즈의 전기우승시상은 전기리그 최종일인 26일의 대구 삼성전이 끝난 후 거행하게된다.
이날 시상식은 서종길 총재가 우승트로피를 해태에 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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