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레슨]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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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재건축 아파트는 2000년 이후 부동산 투자 상품의 대표주자였다. 2000년 초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평당가격은 914만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2569만원을 넘는다. 올 들어서도 서울의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은 8.2%에 그쳤지만 재건축 아파트는 23.6% 올랐다. 그러나 8.31 부동산 대책 이후에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 여건이 악화하면서 초저가 급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송파구 가락동의 가락시영 2차 13평형은 9000만원 떨어졌고,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 31평형도 8500만원 낮아진 7억25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소형 평형 의무비율과 개발이익환수제 같은 기존 규제책 외에 8.31 대책에 기반시설부담금제와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건축 투자를 고려한다면 일단 연말까지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좋겠다. 시장에 급매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재건축 아파트는 2003년에 10.29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도 발표 4~5개월 후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다 올 들어 급등했다.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른 투자 수요가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우선 10.29 대책 직전의 가격보다 하락했거나 올 초보다 떨어진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 3단지, 강남구 역삼동 진달래 3차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각종 규제에 묶여 있고, 조합원들의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조합원 사이의 이해관계 다툼으로 재건축 추진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풀기 어려운 난제도 많다. 입주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투자한 비용과 입주했을 때의 예상가격을 염두에 두고 재건축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매입에 따른 비용과 큰 평형을 배정받기 위한 추가부담금, 금융비용을 고려한 가격과 입주 후의 예상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로 더 이상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실수요까지 고려한 뒤 매입에 나서야 한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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