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차도 줄줄이 리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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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메르세데스-벤츠 등 세계 최고 명차들의 '리콜(recall)'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품질과 기술력이 최정상 수준이지만 문제가 발견되면 서슴없이 리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리콜을 통해 되레 '세계 최고의 명차'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말부터 전 세계에 판매한 벤츠 6기통과 8기통(휘발유 엔진이 장착된 모델) 130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이들 차의 제너레이터 전압 조정기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교체해 줄 계획이다. 한국 내에서 판매된 차는 벤츠 E-클래스와 SL-클래스, CLS-클래스 일부가 해당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과 8월에도 두 차례 리콜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품질 관리와 성능 향상 차원에서 리콜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벤츠의 리콜은 워낙 규모가 커 독일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경영진 퇴진설이 나오는 등 심각해지고 있다.

BMW도 지난 1월 '760Li'의 엔진오일 밸브 이상을 발견하고 리콜을 실시했다. 또 도요타의 렉서스도 지난해 7월 리콜을 발표했다. 'LS430'차에 브레이크 스위치 결함이 있어 총 457대에 대해 리콜을 했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수입차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69종의 리콜을 발표했다.

이같은 수입 명차의 자발적 리콜 문화는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차의 리콜은 2000년 18종에 불과했으나 ▶2001년 28종▶2002년 39종▶2003년 47종▶2004년 64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리콜에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투싼과 스포티지를 리콜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20여일이 지난 뒤에서야 국내 리콜을 발표했다.

르노삼성의 SM7도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곳곳에서 '연료탱크에서 소음이 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고객이 알기 전에 먼저 리콜을 발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해외 유명업체들 처럼 소비자에 대한 신뢰확보 차원에서 리콜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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