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결정력·체력 보강해야한다"|"한국돌풍"의 홍분속에 막내린 세계청소년축구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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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체력이 문제다. 한국축구는 체력부터 길러야한다.
브라질과의 준결승, 그리고 풀란드와의 3-4위결정전에서 잇따라 연장전끝에 2-1로 역전패한 한국의 가장 근본적인 패인은 체력의 열세였다.
경기전반에 기민한 콤비네이션플레이와 기습속공으로 주도권을 장악, 선취골을 뽑아내고도 종반에 피로에 빠져 이 특유의 무기가 예기(銳氣)를 잃어 대세를 그르쳤다.
폴란드를 맞은 한국은 전반을 압도적인 우세로 장식했다.
자로 잰듯한 숏패스는 더욱 진일보의 면모를 보여 폴란드진영을 난도질하듯 휘저었다. 이태형(李太炯)·신연호(申連浩) 등 주전공격선수가 결장했지만 폴란드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않는듯 했다. 38분 김종부(金鍾夫)의 폴란드수비의 협공을 꿰뚫는 돌파후 센터링때 마침내 이기근(李基根)이 문전정면에서 깨끗한 논스톱슛을 골네트에 적중, 한국의 승세는 불을 보듯 환했다.
그러나 체력열세라는 악귀는 후반들어 어김없이 찾아왔다.
15분 폴란드의 와일드차징으로 미드필드의 핵 김종건(金鍾建)이 들것에 실려나가고 노인우(盧仁佑)가 대신 들어온 이후 대세는 일거에 반전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피로의 기색이 역연, 칼날같은 속공도, 끈질긴 질주도 보여주지 못했다.
33분 마침내 폴란드의「크라우즈」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오프 사이드가 분명했으나 주심과 선심이 못본것같았다.
연장들어 폴란드는 공격일변도, 14분께 「아드리안·스체판스키」가 역전결승골을 장식했다.
이 경기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너무나 극명하게 실증한 것이었다.
기동력과 조직력, 그리고 다양한 공격전술의 연마로「세계」에 도전할수있다는 확신을 심어 준 반면 이를 위해선 체력의 증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수많은 추가득점의 찬스를 골결정력부족으로 놓친것은 개인기의 미숙이 요인이었다.
예선경기인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2-0으로 패한것을 비롯하여 멕시코·호주·우루과이를 각각2-1로 연파하여 4강대열에 오르기까지 한국팀의 항해는 마치 외줄타기의 곡예를 방불케 했다.
승리라는 종국적인 결과에 물론 최대가치가 주어져야 겠지만 승부의 과정에서 한국팀에 상당한 행운이 따른 것도 사실이다.
승리가 더욱 감격적이었던 것은 한국팀이 적지않은 실점의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과 행운의 교차는 으례 경기중반에 일어났다. 모든 경기를 통해 볼때 경기전반에 대량득점찬스를 놓치고 경기종반에 실점, 혹은 실점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던 공통된 양상을 주목해야겠다.
이 현상을 압축하면 테크닉 미숙으로 인한 문전공격력의 허약과 체력의 부족이라는 두가지 점이 부각되는 것이다. 2년후인 85년도 제5회대회는 남미칠레에서 개최될것이 유력하다. 앞으로는 처음부터 한국이 각국의 경계대상이 될것이므로 힘과 기의 현저한 강화없이는 4강이상의 위업을 이룩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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