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나타난 쾌남아 『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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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가는 우리를 사랑하지않고 있읍니다. 정부는 잔소리만 합니다. 속임수는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개인주의도 이제 그만 신물이 납니다. 생활의 즐거움을 우리는 갈구하고 있읍니다. 자, 모두함께 우리를 짓누르는 어둠을 헤쳐버립시다.
보다 밝은 내일을 바라는 이는 실망하지말고 나를 믿어주시오. 곧 내가 갑니다. -「조로」-』
불의를 보고는 감시도 못참는 정의의 사나이 「조로」가 홀연히 파리거리에 나타나 이같은 방을 써붙였다.
경찰관들이 무장한채 거리에서 데모를 벌이고 실업자는 조만간 2백50만명에 달할 예정이며 각종세금은 오르기만하는 어수선한 요즘, 가느다란 콧수염에 검은 가면, 챙넓은 모자의 낯익은 모습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건지기위해 칼을 뽑아든 것이다.
영화와 만화에서 악질적인 지주와 귀족 관리들을 골탕먹였는가 하면 언제나 불쌍한 과부·고아등 약자의 편에서 맹활약을 했던 멕시코의 쾌남아 「조로」를 파리시민들은 요즘 거리 어느곳에서나 손쉽게 만나 자신들의 고충을 털어놓고있다.
파리에서 발행되는 월간악튀엘지가 6월호표지에 「조로」의 초상화와 위에 소개한 내용의 방을 실어 거리의 신문판매대에 내놓은 덕분이다.
악튀엘지가 「조로」를 표지화로 선택한 것은 이잡지가 앞으로 추진할 「밝은미래건설운동」의 상징적존재로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발행부수 30만의 악튀엘지는 「조로」와 그의 선언을 묘지그림으로한 6월호에서 프랑스인들의 병폐와 현재 처해있는 위치·고난·개선방법등을 20페이지에 걸쳐 특집으로 꾸미고 보다 밝은 미래건설에관한 독자들의 의견청취, 질문에 대한 답변, 고민호소등을 위한 특별전화를 가설했다. 독자들의 전화는 물론 상징적존재로서의 「조로」가 전담하고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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