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가발 광고에 나오는 그 사람 광고회사 직원이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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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제일기획 제작본부 오경수(39.사진)차장은 4년째 TV광고에 나오는 장수 모델이다. 2002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분장해 "가스비 만만치 않을텐데…"라고 말한 사람이 오 차장이다. 최근 업그레이드 된 보일러 광고에서는 샤워를 마친 뒤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서민으로 나왔다. 그가 출연한 광고는 이 뿐 아니다. 한 보안업체 광고에서는 경비요원에게 붙잡히는 도둑으로 변신했다. 긴 머리 갈색 가발을 쓰고 가발 광고에도 출연했다.

오 차장은 "가발을 벗은 모습을 다른 연기자들은 보여주기 싫어해서 내가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그의 출연작은 모두 20여 편에 달한다. 하지만 광고 출연에 대한 그의 입장은 확고하다. 오 차장은 "내가 만든 광고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출연하는 것"이라며 "다른 업체에서 출연 섭외가 와도 모두 거절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자신이 만드는 광고 외에는 일체 출연하지 않는다. 그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대홍기획 등을 거쳐 2000년 제일기획에 입사했다. 그는 디자이너 업무를 맡고 있지만 아이디어 구상부터 촬영까지 광고 제작 전과정에 참여한다. 광고주에게 광고 내용을 설명하다가 그 자리에서 발탁됐다. 오 차장은 "그냥 설명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재미있게 연기를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모델로서 출연한 경험이 광고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자가 아닌 '광고인'으로 남겠다"며 "서민의 마음을 읽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홍주연,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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