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음식먹자는건 좋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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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수산부의 조사로는 일반가정과 전국 5만여개 요식업소에서 1년동안 먹다가 버리는 밥알의 총량이 2백95만섬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 미곡생산량 3천5백93만석의 8%나 된다. 충북도에서 1년에 생산하는 양보다 많다.
우리 국민들사이엔 아직도 음식의 가짓수가 가세를 말해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식을 하는 샐러리맨들은 너나 없이 남이 남긴 반찬을 멋모르고 먹고 있는게 솔직한 현상이다.
쌀을 절약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자고 창안된게 주문식단제다.
그러나 오랜 식생활방식을 바꾸려니까 이유도 많고 곡절도 많다. 당국의 고민도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내무·보사부합동 주문식단제 시범업소 실태조사분석이 잘 말해주고 있다.
업소간의 매상눈치싸움 때문에 시범업소들조차 주문식단제를 외면하는 것도 골치지만 『김치·깍두기까지 돈주고 먹는 인심이 어디있느냐』는 시민들의 항의도 따지고 보면 이유 있는 불만임엔 틀림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아직 국민들속에 주문식단제에 대한 인식이 배어들지 않고 업주들의 참여의식도 낮은 상태에서 보사부는 7월 1일부터 6대도시 대중·유흥·전문음식점에 전면실시를 발표했다.
각 시·도행정을 관장하는 내무부가 당황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충분한 법적·행정적 보완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조기시행을 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당하는건 우리뿐』이라는게 그들의 걱정이다.
주문식단제를 취급하는 기관은 보사부의 경우 중앙에는 식품위생과가, 도단위에선 환경위생과, 시는 보사국 위생과에서, 군단위에서는 사회과 위생계다.
이들에겐 요식업소에 대한 영업감찰권이 있다.
한편 내무부는 새마을담당사이드에서 이 사업을 맡아 대국민 홍보와 의식개발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자들 입장에선 보사부쪽 칼날이 더 위협적이다. 내무부 가 하급기관에 보완지시를 하달하고 주문식단제를 독려해도 업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부서에서 이것을 담당하느냐에 있지않고 어떻게 국민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유도하느냐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이런 점에서 주문식단제 위반업소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정착이 안된다고 내세우며 칼자루부터 휘두르려는 당국의 발상은 재고가 있어야 겠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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