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탈선의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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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D고 박모교사(35)는 휴식시간에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렵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자욱한 학생들의 담배연기를 보는 것도 민망한 일이지만 공공연히 담배를 물고 있는 학생과 마주치기는 더욱 어려운 노릇이기 때문이다.
『한 학생을 적발하면 왜 나만 적발하느냐고 항의합니다. 같이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 학생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어대는데는 속수무책입니다』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남자고등학생 횹연자중 54%는 부모가 흡연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 부모가 자녀의 흡연을 알면서도 그것을 규제하지 못하거나 그대로 지나쳐버림으로써 자녀지도에 대한 부모의 무력감을 나타내고있다.
서울 S상고 김모교사(40)는 교내 불량서클에 가입, 패싸움을 별이다 적발된 이모군에게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이군이 아버지라면서 모셔온 사람은 다름아닌 자기동네 복덕방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군은 부모님에게 야단맞을 것도 걱정이었지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담배 몇갑을 사주고 복덕방 할아버지에게 간청했던 것이다.
김교사는 학생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그 부모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그런대로 관심을 갖고 학교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 주의를 기울이나 중·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는 피상적 관찰속에 지난날의 자녀관에 안주, 그들이 겪는 급격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채 무관심으로 흐르고 만다는 것.「설마 내자식이야…」하는 막연한 기대속에 지내다가 「과정」은 눈감고 「결과」만을 탓하는 풍조야말로 오늘날 청소년교육을 어렵게하는 큰 요인중의 하나라고 그는 주장한다.
오늘날 청소년범죄는 양적으로 급증하면서 질적으론 조직화·흉악화·폭력화하고 있다(「청소년백서」 82년판)
그중 학생범죄의 동향을 살펴보면 l981년엔 77년에 비해 75·7%증가했으며 청소년범죄중 36·4%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폭력사범 46·9%, 절도사범 34·4%순이다.
범죄의 동기는 이욕이 3천7백80명으로 가장 많고, 우연 (3천6백96명). 원한분노(l천2백28명)순. 이욕중 유흥비조달은 2천3백18명으로 80년에 비해 22·5%증가로 주목된다. 음주·흡연· 폭행등 탈선행위는 이들 범죄와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동기는 주로 좌절감·소외감속에서 그에 대한 반발로 일어나는 행동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교복·두발 자유화 이후 자기 통제능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더욱 커졌다.
청소년문제에 대해 교육개발원이 찾아낸 직접적인 원인들을 살퍼보면, 우선 자율적 행동과 훈련기회가 부족한 점을 들고 있다. 학생들은 특히 권위주의적 지도에 반발하고 있는데, 과반수의 학생들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자기들을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아주지 않고 지시와 간섭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획일적인 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흥미를 잃고 진로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좌절감과 소외감을 더해준다.
한 학생의식 성향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9·4%가 『텔fp비전이나 영화를 통해 폭력이나 범죄방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물론 현재의 과밀학급·과대학교 상황에선 효과적인 학생지도도 곤란, 문제학생을 사전에 찾아내기 어렵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소외감 속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만 키우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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