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지구 러브호텔 불허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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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전시 유성구 봉명지구 ‘러브호텔’ 불허가 처분과 관련, 법원이 유성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행정부(재판장 한상곤 부장판사)는 14일 박지순씨 등 건축주 4명이 유성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 신청 부작위(不作爲) 위법 확인’소송 선고 공판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러브호텔 허가를 둘러싸고 땅주인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충북 청주시·충남 계룡출장소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봉명지구에 더 이상 숙박·위락시설 건축을 허가할 경우 이 일대 전체가 대규모 향락단지로 바뀔 것이 뻔한 데다 인근 지역 거주 청소년들이 호기심이나 일시적 충동으로 탈선하거나 건전한 인격 형성을 방해받을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며 “따라서 유성구청의 불허가 처분은 적법하며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2001년 1월 신설된 건축법 제8조 제5항은 “위락 또는 숙박시설은 건축법이나 다른 법률 상 허가에 하자가 없더라도 인근 지역 주거·교육환경 등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건축허가권자(시군구청장)는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 등 건축주들은 “이미 허가가 난 러브호텔과의 형평성에 명백히 어긋나는 데다 이미 대전시가 봉명지구를 도시계획 상 숙박업소 건축이 가능한 상업지역으로 지정한 점을 감안할 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유성구 관계자는 “봉명지구는 주변에 충남대·카이스트등 대학이 8개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환락지구로 만들기보다는 서울 대학로처럼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성구청은 2001년 말 준공된 봉명지구의 건축허가를 검토한 결과 전체 22건 중 19건이 숙박시설(러브호텔)로 밝혀지자 이듬해 3월 당시 계류중이던 9건의 숙박업소에 대한 허가를 유보했다. 그러자 박씨 등 건축주들은 ‘부당한 조치’라며 지난해 7월 24일 행정 소송을 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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