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 여성이 더 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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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웬만한 환경변화에는 적응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인간의 육체지만 문화와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최근에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환경을 인간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더 앞서고 있다. 문명이 인공환경을 만들어냈지만 여기에 적응하기가 또한 쉽지 않다. 냉방병과 질식사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폭염의 계절을 지내기위해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빚어지는 인공환경에 지혜롭게 대처함으로써 이러한 복병에 걸려들지 않아야겠다.
「냉방병」이란 이름은 60년대초 일본사람들이 지어낸 조어저만 이제는 의학사전에도 버젓이 올라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어있다.
냉방병은 우리 몸의 체온조절 전에 이상이 일어나서 자율신경균형이 깨져 생기는 몸의 이상으로 일종의 부적응증후군인 셈이다.
이러한 냉방병은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남녀간의 생리적인 차이와 의복의 차이 때문이다.
여자는 기초대사가 남자보다적고 근육조직의 발달도 적으며 평균피부온도도 낮다. 또 피하지방이 많아 열전도성이 나쁘고 혈관밀도도 낮으며 신축성도 좋지 못한 때문이다.
또 여자의 의복은 여롬일수룩 개방적이고, 중량도 남자의 절반밖에 되지않아 보온성이 약하다. 생리적으로 열을 더 뺏기게 되어있으면서 옷은 더 얇으니 냉방된 실내에서 적응이 더힘들어진다.
여자에게는 특히 냉감을 더 느끼는 부위가 있다. 허리와 발과 허벅지가 으뜸가는 냉감부위다. 이 냉감부위는 찬 인공환경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냉방병의 증상은 비특이적으로 권태감·냉감·불쾌감·두통·인두통·복통·요통·사지 신경통·생리장애·가려움증 등으로 나타난다. 또 원기가 없고 목이 뻣뻣해지며 등줄기가 오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실내에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도 일단 건물외부로 나가면 더 심해지고 퇴근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른병으로 오인하는 수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은 냉방시설이 잘된 회사일수록, 특히 여직원일수록 더 많다.
일본의 노동과학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냉방온도가 섭씨 21도인 경우 여자의 50%가 권태감을 느꼈고, 27도에서는 10%가 권태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반면 남자는 이 온도 범위안에서 10∼20%였다.
또 두통을 느끼는 정도는 여자에서 10∼25%, 남자는 5%였으나 냉감조사에서는 21도에서 40%의 여자가 냉감을 호소했으나 25도에서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거의 느끼지 못했다. 결국 냉방병은 여자일수록, 냉방온도가 낮을수록 심하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일본 동경대의 생리학교수인 「오오시마」씨는 외기온 23도이하에서는 냉방이 필요없으며 외기온 24∼25도에서는 1도 낮게, 26∼27도에서는 2도낮게, 28∼29도에서는 3도, 30도에서는 4도, 31∼32도에서는 5도, 그리고 33∼34도에서는 6도정도 차이를 두는게 가장 생리에 좋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정도의 여름기온이라면 최고 5∼6도 차이면 충분하며 습도가 낮을때는 2∼3도의 차이만 두어도 충분히 서늘함을 느낄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야간에는 더욱 주의를 요한다. 밤에는 온도변화에 대한 체온조절기능이 둔해져서 공기가 차가와도 혈관은 그대로 열려있어 체열을 계속 발산하는데 그렇잖아도 밤의 낮은 기온에 찬바람이 와 닿으면 이러한 이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내에서 초속 lm의 선풍기 바람은 주위기온을 섭씨 1도 낮추는 것과 같다. 세게틀어 놓을경우 초속5∼8m나 되어 그만큼 .주위기온을 떨어 뜨리므로 체열을 더 뻣기는 셈이 된다.
따라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할때는 다음 사항을 지켜야 건강에 유리하다.
▲실내외 온도차가 최고5∼6도이상 되지 않게 한다.
▲냉기나 바람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한다.
▲야간, 특히 잠잘 때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다. 부득이 사용할 경우는 타이머를 이용하거나 약하게 하고 여름감기나 배앓이를 하지 않도록 이불을 덮고 잔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냉감부위의 보온에 유의한다.
▲더운데서 찬데로, 찬데서 더운 곳으로 자주 이동하지 말고 냉방중에도 가끔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도와준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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