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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년이 축복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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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에 “사람이 70까지 사는 것은 예부터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나온다. 나이 70을 고희(古稀)라 일컫는 것은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사실 예전에는 60수(壽)만 누려도 큰 경사로 여겨 잔치를 벌이고 축하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장수가 일반화되고 수명이 훨씬 길어졌다. 1970년대만 해도 61세에 불과했던 평균수명이 지금은 81세로 늘어났고, 100세 시대도 머지않아 실현될 거라고 한다. 사람이 장수를 누리는 것은 큰 기쁨이고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라이프사이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노후기간이 5년 ~ 10년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30년이나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은퇴 이후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의 보람과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크게 건강, 친구(사회적 관계), 그리고 경제력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이 중에서도 핵심은 경제력이다. 빈곤한 노후에서 행복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개인이건 사회 전체적으로건 노후에 대한 경제적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율은 2012년 기준 48.5%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안타깝게도 노인자살률 역시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세계 최고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6.4%에 불과하고, 그나마 연금을 수령하려면 퇴직하고도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불과 10여년 후면 다섯 명 중 한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닥쳤지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이제 노후에 대한 시각과 의식을 바꿔야 할 때다. 고령화와 노후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 이제 “반퇴시대(半退時代)”라는 새로운 표현까지 등장했다. 베이비부머세대들이 은퇴를 하고도 생계와 소득을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실태를 압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노후는 개인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어디 기대거나 누가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최저생활보장(National minimum)’을 넘어서기 어렵다. 그래서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들도 국민들이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정부가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노후준비 역시 작은 것이라도 실행에 옮기는 결단이 해법이다. 35세 직장인이 한 달 담뱃값 13만5000원으로 55세까지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65세부터 사망시까지 매월 27만5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은퇴와 노후는 꽃다발을 받아야할 기쁨이자 축복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1930년대 미국의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가슨 캐닌의 “젊음은 자연의 선물이지만, 노년은 자신이 만든 예술작품이다.(Youth is the gift of nature, but age is a work of art.)”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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