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학생 급우 폭행치사 때 친구들 수수방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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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급우 폭행치사 사건 당시, 같은 반 학생들은 피해학생이 죽음에 이를 정도의 폭행을 당하는 데에도 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부산 K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15)은 지난 1일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 B군(15)으로 부터 배와 머리 등을 폭행당한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일 끝내 숨졌다.

문제는 B군이 A군을 무차별로 폭행하고 있었는데에도 말리는 학생이 없었다는 것. 6일 쿠키뉴스는 경찰 조사결과를 인용해 "B군은 이 학교의 '짱'으로 통하며, 이 학교는 물론 인근 학교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평소 학원폭력을 일삼아 급우들이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사건경위 = 경찰조사에 따르면, A군은 교실문고에 비치된 책을 보던중 옆자리의 친구에게 잘못던진 책이 B군에게 떨어지면서 시비가 붙었다.

B군은 A군을 교실바닥에 눕힌채 책상을 배위에 얹어놓고 수차례 짓누른뒤 발과 주먹으로 A군의 배와 머리를 무차별 폭행했다.

폭행당한 A군은 배와 머리 등을 폭행당한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숨진 A군의 유족들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학교측도 B군의 이같은 폭력행태를 잘 알고 있었지만, B군의 학교내 성적이 상위권인데다 B군의 부모들이 학교운영에 적극 협조한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한 것으로 안다"며 학교측을 비난했다.

유족들은 특히 "학교 측이 A군의 폭행 사망사건후 추모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사건의 축소와 은폐에만 급급하다"며 분노했다.

가해학생 B군의 부모들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쿠키뉴스는 덧붙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가리기 위해 A군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하는 한편 A군에게 주먹을 휘두른 B군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 가해학생에게 네티즌 분노 쏟아져 = 같은 반 학생을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충격적인 사건을 놓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B군이 재학 중인 학교의 홈페이지 등에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B군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카페와 미니홈피 등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폐쇄된 상태다.

A군의 부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 경위 글도 각종 게시판 등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학교 잘 보냈더니 잘 키운 아들이 죽어서 돌아왔다"는 말로 시작되는 이 글은 "가해 학생이 반성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은 이어 "우리 아이가 책을 다른 아이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책이 가해 학생의 몸에 스쳤다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거품까지 물고 쓰러지도록 구타했다"면서 "가해학생이 죄를 무마시키려고 모든 인맥을 동원해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노를 토했다.

B군의 친구들이 "그까짓것 잘 풀리겠지"등의 글을 B군의 홈페이지 등에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B군이 재학 중인 K 중학교 자유 게시판에는 B군과 소속 학교를 비난하는 게시글이 300여개를 훌쩍 넘겼다.

일부 네티즌들은 K 중학교를 두고 '살인자'.'살인소굴' 등의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6일 이 학교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하나포스'는 "가해 학생의 미니홈피를 보니, 가해자라는 학생은 한치의 죄책감이나 뉘우침을 느끼지 않는 것같았다"면서 "진정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추현엽씨도 "자기 학교 학생이 그렇게 생을 마감했는데, 이 학교는 추모의 글 창도 띄우지 않느냐"고 학교를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러나, "자세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B군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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