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 결승골 … 한국, 호주 꺾고 조 1위로 8강행

이정협이 호주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브리즈번 AP=뉴시스]

‘육군 상병’ 이정협(24·상주)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 이정협의 결승골로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A조 3차전에서 호주를 1-0으로 꺾었다. 한국 축구가 호주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건 사상 처음이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둔 것도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이다.

아시안컵 27년 만에 조별리그 3전승 … 호주 원정 승리는 처음

　한국과 호주는 조별리그 두 경기 만에 나란히 8강 진출을 확정했다. 8강 토너먼트를 위해 양팀 감독은 주력 선수들을 일부 뺀 선발 명단을 냈다. 한국에서 기회를 잡은 선수는 이정협이었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던 이정협은 이전에 치른 3경기는 모두 교체 멤버로 나섰다. 하지만 A매치에 첫 선발 출장한 이날은 경기 초반부터 활발하게 움직이며 호주 수비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32분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그 기회를 한 번에 살린 선수가 이정협이다. 이근호(30·엘 자이시)가 왼쪽 측면에서 땅볼 패스로 연결해 준 볼을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넘어지면서 오른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첫 유효 슈팅을 골로 연결한 그는 호주 응원석을 향해 거수경례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당당한 현역 군인다웠다.

　축구대표팀에 발탁된 것만으로도 화제였던 이정협은 A매치 데뷔 이후 새로운 이력을 쌓았다. 사우디전에서 후반 30분 교체 출장해 후반 추가시간에 데뷔골을 터트렸다.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국내 선수는 2010년 12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후 4년여 만이다.

　이날 한국은 전반 28분 박주호(28)가 안면 타박상, 후반 1분 구자철(26·이상 마인츠)이 오른 팔꿈치를 다치는 등 부상 선수가 잇따라 힘든 경기를 펼쳤다. 그래도 이정협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다. A조 1위를 확정 지은 한국은 22일 멜버른에서 B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B조 2위는 우즈베키스탄·사우디(이상 1승1패)가 다투고 있다.

브리즈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