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녹지 확충, 수요 창출에 효과적

중앙일보

입력

최민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오늘날 ‘초고층’은 국력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만약 부르즈할리파(Burj Khalifa)가 없었다면 두바이(Dubai)라는 도시가 그 정도로 유명해졌을까? 사우디에서 높이 1000m가 넘는 킹덤타워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레이지아의 패트로나스타워나 대만의 101빌딩은 그 나라의 위상마저 높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23층의 제2롯데월드가 시공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나 용산 지구 등에서 초고층 빌딩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고층빌딩이 스카이라인을 해치고 교통 수요를 밀집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극단적으로 ‘마천루의 저주’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피스의 장기 수요 등을 토대로 인허가 단계에서 수급을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다.

초고층 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토지의 효율적 활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지이고, 농지가 21%이며, 도시용지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원이 부족하고 녹지율도 낮다. 일례로 북한산이나 대모산 등을 제외할 때, 서울시의 공원면적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서울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9.9㎡ 수준으로서 런던이나 베를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도심의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다수 공원이 도시 외곽에 위치하여 접근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도심내 토지의 효율적 활용과 녹지 확충 수단으로서 초고층 개발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아파트 건설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용적률에서 층수를 2배로 높이면 녹지율은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 도쿄,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초고층 아파트는 쾌적한 조망권을 확보하여 고급 주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콩에 가보면 50층 이상 아파트가 즐비하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잠실 재건축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좁은 공간에 중층(中層) 아파트를 다닥다닥 심어 넣으면서 녹지 확보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즉, 도시의 밀도 관리는 용적률 제한으로 충분하며, 층수까지 규제함으로써 ‘빽빽한’ 중층 아파트를 양산하는 것은 도시 환경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초고층은 단순히 오피스나 주거용 공간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 공간을 확충하는데도 유용하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나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학교앞 호텔 허용까지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초고층 개발은 호텔이나 쇼핑몰 등 복합상업시설 수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초고층 빌딩은 관광 수요 창출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의 스카이트리(Sky Tree)는 개장후 한해 50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런던의 더샤드(The shard)나 싱가폴의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등도 해당 국가의 관광객 증가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또 내수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상시 고용인구가 2만 명에 달하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아가 초고층 빌딩은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의 구도심 정비나 재생을 촉진하는 수단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력은 정평이 나있다. 부르즈할리파 등 세계 최고층을 다투는 빌딩은 대부분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시공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일부 하자에 대해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있었으나, 직접 현장을 가보면 그 기술력에 감탄하게 되며, 공사관리나 안전관리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하여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한강변에 펼쳐진 초고층 빌딩이나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날이 올수 있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