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로운 늑대, 이번엔 미국 의사당 테러 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슬람국가(IS) 동조자를 자칭하는 20대 미국 청년이 미국 국회의사당 공격 음모를 꾸미다 체포됐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1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거주하는 크리스토퍼 리 코넬(20)이 총기 소지와 미국 공직자 살해 기도혐의로 기소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대테러 경계감이 한층 높아진 미국 사회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외로운 늑대(lone wolf)’에 의한 미국의 심장부 테러 음모가 구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 술렁이고 있다.

오하이오주 연방법원 자료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이 코넬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그가 트위터에 가명을 사용해 IS에 대한 지지 표명 글과 동영상을 올리면서다. 곧이어 FBI 정보원이 코넬과 접촉에 나섰다. 코넬은 미국 안에 IS와 연대하는 자생적 그룹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지하드(성전)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파이프 폭탄 제조 방법을 정보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코넬은 의원들을 적으로 여겼다. 워싱턴 D.C.에 있는 의사당에 파이프 폭탄을 심어놓고, 폭탄이 터진 뒤 정부 관리들을 사살할 계획을 모의했다. 코넬은 14일 오전 테러 준비의 최종 단계인 총기 구입에 나섰다. 신시내티의 총포 가게에 들른 그는 반자동 소총 두 자루와 600발의 총탄을 구입한 직후 잠복중이던 FBI 요원들에 체포됐다.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코넬은 해외 테러 단체에서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전과도 없다. 겉으로 봐선 테러와의 연관성을 알아챌 수 없는 평범한 미국 청년이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해외 테러 단체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 보안당국이 우려하는 것과 판박이다. 코넬의 아버지는 현지 언론에 “코넬은 평화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며 아들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FBI와 국토안보부는 “이번 사건은 IS와 같은 해외 테러조직을 지지하며 미국 땅에서 테러를 감행하려는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급보를 띄웠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