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순에 텍스타일작가로 변신 독문화원서 첫 귀국 전시회|전 디자이너 서수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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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방이후 초창기 한국양장계를 이끌면서 활발한 활동을 펴왔던 패션디자이너 서수연씨(66).
70년 외아들인 공학박사 전중환씨 (43)를 찾아 홀연 독일로 떠났던 그가 13년만에 텍스타일작가로 변신,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는 24일부터 6월3일까지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25점의 직물작품으로 작품전시회를 갖게된 것이다. 이어 이화여대 가정대에서도 전시회를 갖는다. 『처음에는 내가 살던 아헨에서 지역사회의 성인강좌를 수강하다가 진갑이 되던 해인 78년 아우구스부르크대 「하이다·산트너」교수의 청강생으로 등록했습니다. 직물은 물론 조각·염색·인형 모두를 욕심 껏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25년간의 경력으로 닦인 색감과 조형감각의 바탕이 있었던 까닭에 자연 새로운 직물의 다양한 테크닉을 쉽게 익혔고, 스승인 「산트너」교수가 깜짝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직물을 짜는 것부터 무늬를 구성하는 것, 각종 실을 꽈서 붙이는 것, 직물바탕의 실을 뽑아 스티치로 얽는 것 등 아주 다양한 기법을 동원할 수 있어요. 망사를 이용한 투시직물이 저의 장기지요.』 짧은 단발머리, 활기에 찬 목소리와 몸짓, 그 어느 것 하나도 장성한 손자를 둔 66세의 할머니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건강하고 젊다.
『세상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내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을 느꼈다』는 그는 전시회의 반응을 보아 가능하다면 한국에 머물면서 작품활동과 일반여성을 위한 강좌를 열고 싶다고 얘기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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