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프로기사·4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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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프로기사 정수현4단(27)은 우리 바둑계의 이색적인 존재로 꼽힌다.
국내프로기사 87명 중 대졸자는 10명도 안되고 특히 영문학도는 드물다.
중·고교 때부터 철학과 문학을 좋아해 한양대 영문과에 진학, 지난 2월에 졸업했다.
전북 남원중2학년에 재학 중이던 15세 때 우연히 바둑을 시작, 18세 때 입단하면서 프로기사의 길을 걷고 있으나 아직도 영문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요즈음도 영미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대학공부 때문에 바둑은 다소 소홀했다』는 정4단은 대학을 졸업했으므로 이제 본격적인 바둑을 두어야겠다고 벼르기도 한다..
일본바둑계률 석권한 조치훈 9단의 영향 등으로 최근 국내 바둑 붐이 일면서 한국기원에 몰려드는 아마추어 바둑인들에 대한 지도에도 여념이 없다.
정4단은 구미에도 바둑이 많이 보급돼있어 외국에 나가 그들을 지도, 바둑을 통한 교류활동을 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KBS바둑왕전 본선에 진출해 있고 국수·명인전본선에도 진출한 경험이 있다.
『예술을 겸한 좋은 바둑을 두고 싶다』는 그는 임해봉 9단의 「바다같이 깊이 있는 기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바둑수련은 새벽4시부터 3시간쯤하며 주로 오청원 9단의 저서를 토대로 분석을 해가며 수련한다고 했다. 『바둑에는 실력 외에 정신력과 인생관까지 투영된다』고 말하는 그는 『내년에는 꼭 승단하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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