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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여는 장충체육관, 기억의 공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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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2일 개관을 닷새 앞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은 마무리 단장이 한창이었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GS칼텍스 여자배구 선수들이 연습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2년8개월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모습을 드러낸 체육관 내부는 1963년 개관 당시와 닮은꼴이었다. 서울시설공단 백공명 과장은 “보강 작업을 통해 관객석의 뼈대를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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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의 실내경기장인 장충체육관이 17일 다시 문을 연다. 지하 2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만1429㎡ 규모다. 326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시민의 기억 보존’에 초점을 맞춰 공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에게 익숙한 추억의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공사를 총괄한 서울시설공단의 설명이다. 17일 재개장식에 홍수환·이왕표·신동파·장윤창·박종팔 등 왕년의 별들이 총출동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충체육관 보존에는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신축하면서 체험한 학습효과가 한몫했다. ‘박치기 왕’ 김일이 일본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와 대결을 벌인 곳이자 이충희(56)와 김현준(1999년 작고)이 198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에서 슛대결을 벌였던 장충체육관을 철거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관중석 뼈대를 남기고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탓에 시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했다. 관객석이 줄지어 설치된 스탠드는 60%를 보존했다. 구조 진단을 통해 관객석 40%는 다시 짓고 나머지는 뼈대를 남긴 채 구조 보강 공사를 한 것이다.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옛 모습 그대로’라는 느낌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수천 명의 인파가 드나들던 입구 위치와 모양도 그대로 뒀다.

 시민 불편을 덜기 위해 출입구 2개를 새로 신설해 총 8개로 늘렸다. 의자는 고정형과 가변형을 차례로 배치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서울시는 “가변형 의자는 등 부분을 뒤로 젖힐 수 있도록 해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에는 1300석 규모의 수납식 보조석을 마련했다. 포개지는 보조석을 관객석으로 밀면 바닥 길이가 47m로 늘어나 핸드볼을 포함한 모든 실내 구기종목을 치를 수 있다. 기존에는 레슬링이나 복싱·배구 정도만 소화할 수 있었다. 수납식 보조석을 활용하면 3200명(좌석 기준)부터 4500명까지 탄력성 있게 수용할 수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대규모 공연장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체육관 천장을 이루는 대형돔은 서울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다. 과거에는 채광창이 없어 어두컴컴했지만 리모델링을 하면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 무늬의 긴 채광창을 만들어 실내 분위기가 밝아졌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과 바로 연결되는 출구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장충체육관의 경쟁력 확보는 서울시가 안고 있는 숙제다. 접근성은 높지만 송파구 잠실에 프로 스포츠 시설이 몰려 있다. 이창학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본부장은 “배구뿐 아니라 복싱·핸드볼 등 다양한 종류의 경기를 유치하고 한류 공연도 열어 복합문화시설로 자리잡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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