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첫 회견 … '공격 축구'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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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m70cm가 될까말까 했지만 그는 결코 작아보이지 않았다. 질문에 답할 때는 질문한 사람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강렬한 눈빛을 쏘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단호한 어조와 태도는 백전노장다웠다.

'위기의 태극호'를 맡은 딕 아드보카트 축구 대표팀 감독이 국내 언론과 첫 공식 인터뷰를 했다.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2002월드컵 4강 멤버일지라도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면 집에 가서 쉬게 하겠다. 차라리 어린 선수를 뽑겠다"며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선수들에게 한국이 월드컵 4강의 명성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자신감 회복을 주문했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 그는 "공격적인 자세로 1대 1 대결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체력훈련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의 철학은 '공격 축구'다. "늘 경기를 지배하길 원한다. 언제나 공격만 할 순 없고 때론 수비도 해야겠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받쳐준다면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늘 강조하던 부분과 맥이 닿아 있다.

그는 과거 명성에 집착해 선수를 기용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해외파의 큰 무대 경험이 대표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나이를 불문하고 좋은 플레이하는 선수를 중용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기 위해 K-리그 경기도 부지런히 보러 다니겠다고 했다.

독일월드컵 본선 목표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목표를 얘기할 때는 현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4강이 목표라고 말하는 건 쉽지만 선수들과 최선을 다해 반드시 4강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그는 12일 이란과의 평가전에서는 기존의 3-4-3 포메이션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험 많은 선수와 신예를 적당히 섞어 데뷔전을 치른 뒤 서서히 자신의 색깔을 입혀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사회자가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들다. 애칭은 없나"라고 묻자 그는 "히딩크를 부르기 쉬웠다면 아드보카트도 쉬울 것"이라고 말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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