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 위해 사회 대타협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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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올림피아 호텔에서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창립 40주년 기념 모임에서 현 정권과 역대 정권 정책 브레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정우 경북대 교수, 최장집 고려대 교수, 박세일 서울대 교수. 김경빈 기자

사회 각계인사 6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의 양극화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양극화의 원인과 처방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고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성토도 나왔다.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챤아카데미.이사장 박종화)가 29일 오후 서울 평창동 올림피아호텔에서 연 '민주화.세계화 시대의 양극화'토론회는 개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사회를 맡은 조형 이화여대(사회학) 교수는 "이름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세 학자를 모셨다"며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책브레인을 지낸 박세일.최장집.이정우 교수를 소개해 분위기를 띄웠다.

세 발제자의 발표(본지 9월 28일자 5면)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양극화 해소 방안을 제시하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초반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세일 교수는 "정부가 올봄까지만 해도 서울 과밀화로 국가경쟁력이 없다며 25년간 45조원을 들여 50만 명 행정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다가 이제는 서울을 이대로 두면 주택 30만호가 부족하니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한다"며 "정책이 즉흥적이고 일관성과 안정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한 참석자는 "정부가 오는 2010년에 주택보급률을 115% 넘기겠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가 급속한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 그때는 집을 부숴야 할 것"이라며 "주택 투기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이 약하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 분배냐 성장이냐=이정우.박세일 교수의 분배.성장 설전에 토론자들도 가세했다. 박 교수는 "이 교수 말대로 분배가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나 그것 못지않게 성장을 해야 분배가 가능하다"며 "성장 없이 분배만 강조하면 성장도 분배도 모두 잃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교수가 분배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으나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도 "참여정부의 분배론이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평등이념에 기초하고 있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으며 분배가 실제로 되지도 않고 있다"며 "아직은 성장을 살려야 하며, 특히 교육과 기술이 중요하다"고 박 교수를 거들었다.

이에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사회주의정책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성장.분배 논란은 일부 언론과 학계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며 성장지상주의에 빠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형모 시민의신문 사장은 "성장을 강조하는 박 교수의 주장은 과거 패러다임"이라며 이 교수를 거들고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부동산을 구입하느니 아들 공부를 많이 시켜 지식근로자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회 대타협 가능한가=발제자들이 양극화 해소방안으로 제시한 자본가.노동자 사회적 대타협과 사회협약, 조합주의(corporatism)가 관심을 끌었다. 성한표 '함께 일하는 사회'상임이사와 이형모 사장 등이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타협의 대상으로는 양극화의 피해자인 농민(김상희 시민운동가), 노동계(이광택 국민대 교수), 유통업 종사자(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꼽혔다.

최장집 교수는 "우리는 노조조직률이 11%에 그쳐 대표성이 허약하다"면서 "노조 공격이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일 교수의 견해는 조금 달랐다. 그는 "단기간에 합의를 이루려고 조급해 해선 안 된다"고 전제, "각계 대표들이 모인 회의체를 생각할 수 있다"며 "일본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노사정 대표가 정례모임을 통해 신뢰를 쌓은 것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 내용은 녹음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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