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오르는데 나홀로 침묵 삼성전자,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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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두 달간 10% 올랐지만 삼성전자의 상승률은 절반 수준이다. 최근 지수가 처음 1200을 돌파하는 순간에도 삼성전자는 14일 61만3000원을 기록한 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고비 때마다 지수 상승을 이끌어내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29일 주가는 전날보다 8000원 내린 59만 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덜 올라 질주하는 시장에 진정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삼성전자가 뒷짐을 지고 있으면 주가 오름세가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삼성전자가 향후 시장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현재 삼성전자 주가도 만만치 않은 가격인 만큼 투자자들이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다음달 14일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고, 전체 시장 역시 당분간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눈치 보기를 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 금산법은 미풍=금융 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한 '금융 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란으로 삼성전자 지배구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구희진 테크팀장은 "계열사 지원을 위한 비효율적 자산 취득처럼 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사안이 아니면 지배구조 문제가 주가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4%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대부분의 펀드가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투자 비율을 줄이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펀드들은 전체 주식 매입 금액의 11%(2400억 원)를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데 사용했다.

◆ "실적 지켜봐야"=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강력한 시장 지배력이 있다"며 "'왕의 귀환'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조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래에셋 임홍빈 연구위원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2분기(1조6496억 원)에 비하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IT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장기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실적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시장 일각에선 신중론을 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리만브라더스 증권은 28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사업에 대해 시장의 낙관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가가 떨어져 수익성이 생각만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4분기 LCD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구희진 팀장은 "풍부해진 증시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이 2조 원만 넘어도 매수세가 붙은 것"이라며 "그러나 삼성전자가 갖는 파급력 때문에 실적 호전이 수치로 드러날 때까지는 지켜보는 쪽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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