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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일련번호 폐지 추진 "절차는 간단한 편이지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보 일련번호를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보에 붙여진 일련번호를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국보의 번호 체계를 대대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문화재청이 12일 밝혔다.

국보 일련번호 폐지 추진 논란은 “‘국보 1호’ 숭례문이 과연 국보 1호로서 적격하냐”는 데서 불거졌다.

앞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보의 번호가 국민에게 많은 혼란을 주고 있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면서 일련번호 폐지 추진가능성을 전한 바 있다.

일제는 1933년 우리나라 국보(당시 명칭 보물)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일련번호를 부여했다. 국보는 6·25전쟁 직후인 1955년 북한 소재 문화재를 제외하는 등 목록이 한 차례 정비됐으며 1962년 제정·공포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그 숫자가 추가됐다. 하지만 ‘국보 1호’ 숭례문으로 시작되는 번호 체계의 기본 틀은 일제강점기 그대로 남아있다.

이후 숭례문 화재 사건에 이어 부실 복구 시비까지 일면서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 대표성을 상실했다며 국보 1호 해제 국민서명운동이 펼쳐졌다.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의 경우 일부에서는 가치 면에서 숭례문을 훨씬 능가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여전히 국보 번호가 빨라야 더 소중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이유에서 국보의 번호 자체를 폐지하려 한다.

문화재청 측은 “국보 지정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어서 ‘국보 숭례문’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등으로 전체 목록을 나열해 고시하면 효력이 발생해 절차가 간단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관도 예상된다. 국가 지정문화재 표기 방식이 바뀌게 되면 교과서를 비롯해 안내문 등 각종 표지판을 한꺼번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보 일련번호를 두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중국 동산문화재의 경우 ‘진귀문물’과 ‘일반문물’로만 분류하면서 번호를 지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각각의 유물에 행정상의 분류 번호를 붙일 뿐 공식적으로는 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국보는 숭례문에서 태조 이성계 어진까지 317개, 보물은 흥인지문에서 대구 파계사 원통전까지 1850개가 목록에 올라 있다. 또 사적 529개, 명승 111개, 천연기념물 548개, 중요민속문화재 283개 등이 지정된 바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국보 일련번호 폐지 추진’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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