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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금리 1%대로 내리나 … 정기예금 2.0%에서 눈치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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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0%.

 주요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가 끝자리까지 같아진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1%대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나타나는 진통이자 일종의 ‘눈치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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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수퍼), 신한은행(S드림), 하나은행(고단위플러스), 기업은행(신서민섬김통장) 등 주요은행의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2.0%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앞자리 숫자가 주는 상징성이 큰 탓에 은행들이 더 내리지 못하고 멈칫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와 1.99%는 불과 0.01%포인트 차이지만 심리적인 충격은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그래서 대형마트에서 1만원짜리 상품은 9900원으로, 2만원짜리는 1만9900원으로 가격을 매기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시중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곧 이들 상품의 금리도 1%대로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슬금슬금 ‘선’을 넘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본형 상품인 ‘실세금리 정기예금’의 금리를 지난 6일 2.02%에서 1.99%로 내렸다. 한국씨티은행, 농협과 상당수 지방은행은 이미 지난해에 정기예금 금리를 1%대로 낮춘 상태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 정기예금 금리는 1.6%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초저금리에도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은행 예금에 쌓이고 있는데다, 은행 입장에서도 예금을 끌어와봐야 마땅히 굴리 곳도 없어 굳이 높은 금리를 줘야할 필요성이 없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 1%대 금리의 예금상품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 미만 금리를 주는 은행 예금(신규 취급액 기준)은 지난해 9월 6.9%에서 10월 12.4%로, 다시 11월에는 20.5%로 급증했다. 동시에 3%대 예금은 11월 0%를 기록하며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한은이 200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결국 모든 예금 금리가 3% 미만이라는 얘기다.

  올들어서도 금리 하락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초 2.13%에서 9일 2.05%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차례 기준금리를 내린데 이어 올해에도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늘면서다. 연초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증시에 들어가 있던 자금이 안전한 채권으로 몰린 것도 금리 하락세를 부추겼다.

 한은은 올해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과 관련해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15일 열릴 올 첫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의 관심은 그보다는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3.9%)과 소비자물가상승률(2.4%) 전망치를 얼마나 조정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 폭에 따라 향후 금리 인하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장률은 3.6~3.7%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 내외로 수정될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 디플레이션 논란과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어 크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연초 보고서를 통해 올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5~1.7%로 예상했다. 유가 급락에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씨티그룹과 HSBC는 이르면 연초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한은의 경제 전망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 금리 인하 기대감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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