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집값, 자고 나면 뚝…"이런 급락세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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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8.31 대책 발표 한 달째를 맞으면서 주택.토지시장이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 대책이 예고된 6월(최고점)보다 많게는 2억원 이상 떨어졌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선 2003년 10.29 대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곳도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 34평형은 8억2000만원 선이다. 6월 중순보다 2억4000만원, 8월 말보다는 1억2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담보 대출 제한 조치에다 시중 금리도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11평형 역시 대책 후 7000만원 이상 빠졌다. 재건축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기로 하자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소형 재건축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강동구 고덕 주공 2단지 16평형은 10.29 대책 이전(4억원 선)보다 1000만원 낮은 3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일반 아파트값도 그동안 강세를 주도했던 강남권과 분당.용인을 중심으로 약세다. 분당 서현동 한양 50평형은 대책 이전만 해도 10억~10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급매물 기준으로 9억5000만원 선이다. 서현동 이모 공인중개사는 "이달 중순에는 중소형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더니 요즘은 대형도 호가가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시장도 가라앉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관리지역 임야는 대책 발표 이전에 평당 11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8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동탄 신도시 부동산 민일성 사장은 "그동안 수요가 꾸준했던 소액 투자자마저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 전셋값은 물건 품귀 현상 속에 초강세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본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몰린 게 주요 원인이다. 상승지역도 강남권.분당에 이어 수도권 외곽, 충청권 등지로 확산하고 있다. 천안시 불당동 아이파크 39평형은 2억원 선으로 대책 이전보다 2000만원 뛰었다. 천안부동산 컨설팅 김진수 사장은 "경기 불황으로 재계약을 통해 눌러앉는 사람이 많고, 집값 하락세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병목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의 아파트값 하락세는 짧게는 내년 상반기, 길게는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서울과 수도권의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보다 각각 3.7%, 4.5% 늘어나는 데다 집값과 역비례 관계인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아파트시장 회복은 대선이 있는 2007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토지 시장 역시 침체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토지허가구역 내 땅의 전매기간이 최장 5년으로 길어지고 양도세도 중과돼 외지인의 투자 수요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연말 이후 땅값이 떨어지는 곳이 속출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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