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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일 국립 유전학연구소 「비료 필요없는 벼」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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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질소·인산·가리등 3대비료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질소비료다 질소비료는 농작물의 성장이나 수확량에 직결되기 때문에 점점 그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79년에 5천1백만t 수준이던 세계질소비료 사용량이 2천년에는 1억4천만∼1억8천만t에 이를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있다 이처럼 농사에 절대 필요한 질소비료지만 콩과식물은 질소비료를 따로 줄 필요가 없다.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생물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일본 시즈오까현=신성순 특파원】
만일콩과식물 이외의 농작물에도 이같은 질소고정능력이 생긴다면 막대한 질소비료를 절약할수 있게되어 경제적으로나 농가의 일손을 던다는 점에서 큰 복음이 될것임에 틀림없다.

<박테리아를 이용>
토마토와 감자의 잡종인 포메이토, 씨없는 수박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신품종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고있는 유전자공학은 이제 이같은 꿈에 도전, 이미 실현을 눈앞에 두고있다. 이같은 연구중에 가장 주목을 끌고있고 실용화에 접근하고 있는것이 벼를 개량, 콩과식물처럼 질소 고정능력을 갖게하여 척박한 땅에서도 비료없이 자랄수 있게 한다는것. 쌀을 주식으로하는 한국 일본 중국등 벼농사 지역에서는 꿈같이 반가운 얘기다.
이연구는 지금 두갈래로 진행되고있다.
하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갖고있는 유전인자중 질소고정능력을 갖는 유전인자를 벼세포에 이전시켜 벼가 스스로 질소고정능력을 갖도록 한다는것. 벼뿐아니라 밀 옥수수등에 대해서도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있다.
다른 하나는 벼등에도 콩과식물처럼 질소고정능력을 갖는 박테리아가 공생할지도 모른다는 전제아래 그박테리아를 찾아내 유전공학을 이용, 질소고정능력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구미에서 연구가 진행되고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있다.
일본에서는 두번째방법에 의한 연구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미 성공단계에 와있다.

<동남아 벼로 실험>
그 주역이 국립유전학연구소(정강현삼도시 소장 전도미태랑)의「히로다」(광전신경 미생물유전부장)박사팀.
「히로다」박사는 품종개량을 거치지않은 야생에 가까운 벼중에는 질소고정박테리아를 가진 품종이 있을 것이란 가정아래 5년전 인도 태국등 동남아에서 자라는 벼를 중심으로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유전학연구소는 벼의 유전학 연구를 위해 57년부터 세계각지의 벼품종 수집에 착수, 10여년에 걸쳐 야생종 재배종등 5천2백41종을 수집 보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사에 큰도움이 됐다.
다행히 50개 품종정도를 조사했을때 약하기는 하나 질소고정능력을 갖는 박테리아와 공생하는 벼가 발견됐다.
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전체 품종의 10%정도는 그같은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벼품종에 대해 동경대응용미생물연구소의 「고마가다」 (구형화부)교수와 공동으로 집중조사한 결과 뿌리에「콜레브시엘라·옥시토카」라는 박테리아가 공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K옥시토카의 질소고정능력은 콩과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에 비해 10의l정도에 불과한 미미한 것이었다.
「히로다」박사팀은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 K옥시토카의 질소고정능력을 높이는 연구에 착수 대장균에 인터페론이나 인슐린유전인자를 증식시키는것과 같은 방법으로 질소고정유전자(nig)를 증식시키는데 성공했다.

<태국산, 공생력 강해>
즉 플라스미드라는 운반체를이용「클레브시엘라 뉴모니에」라 불리는 세균으로부터 질소고정유전자를 분리 이를 K옥시토카세포에 옮기면 증식이 가능하다는것을 알게됐다.
실험결과 플라스미드와 결합한 nif 유전자는 K옥시토카세포내에서 수배로 증식, 보통의 K옥시토카보다 약 3·5배의 질소고정능력을 갖게된것이 확인됐다.
nif유전자를 더욱 증대시키면 질소고정능력도 그만큼 증대되므로 콩과식물과 마찬가지로 질소비료를 자체 공급하는 벼의 등장을 기대할수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질소과정능력이 높은 박테리아를 만드는데 성공했어도 벼가 이박테리아와 공생하지 않으면 쓸데가없다.
즉 이 박테리아와 공생력이 강한 벼품종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유전학연구소에서는 응용유전부의「이야마」 (정산심야)박사가 이 분야에대한 연구를 맡고 있다.
현재로서는 태국산의 C5444라는 품종의 벼가 공생력이 가장 강한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지난 여름 질소고점능력을 증대시킨 K옥시토카와 공생실험을 실시한 결과 질소고정능력은 통상의 2·2배를 나타냈다.
「이야마」 박사는 지금도 교배육종방법으로 공생능력이 높은 벼 품종을 만들어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있다.
현재까지 이룩한 성과를 종합하면 콩과식물의 질소고정능력의 22%수준에 와있다고 「히로다」박사는 밝히고있다.
질소비료가 필요없는 벼가 언제쯤등장할 것인지에 대해 「히로다」박사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다만『멀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연구진전에 따라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 질수도 있고 예상보다 늦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런어웨이 플라수미드」라는 질소고정능력이 수10배나높은 인자가 발견돼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문부성, 연구비 지급>
일본의 국립유전학연구소에는「히로다」박사가 이끄는 미생물유전부외에도 형질·세포·생리·생화학·응용·변이·인류·집단·분자유전부등 모두10개 유전부와 유전실험생물보전연구시설 그리고 서무부가 있다.
10개유전부와 유전실험생물보전연구시설에는 각각 2∼3개의 연구실이 딸려있어 그 수는 모두 26개에 달하며 각기 전문분야에 따라 미생물에서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각종 생물의 유전 응용을 연구하고있다.
전체 임직원94명중 72명이 연구직인데 그중 2∼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박사학위 소지자다.
이 연구소의 연간예산은 82년의경우 8억6천만엔정도로 빈약한 편이다. 그러나 이 예산은 주로 인건비관리비등에 충당되고 연구비는 프로젝트별로 문부성이 지급하는 과학연구비를 쓰고있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이 예산과 다르다.
질소고정연구는 이 연구소내에서도「히로다」박사팀외에 식물보전연구실장 「후지이」 (등정태랑) 박사팀이 소맥에 대한 연구를 하고있다.
일본 전체로는 쓰꾸바(축파)대학의 「요시다」(길전부남)교수등 적지않은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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