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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3년 같은 3일 버티니, 그 다음부턴 술~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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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는 결심을 지킬 수 있을까? 지난해 3주 동안 도전해 성공한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지은(책 10분씩 소리 내 읽기), 염지영(빵 끊기), 최미지(기분 좋은 장면 매일 촬영), 이성아(오전 9시 기상), 이지혜(물 1.5L 마시기), 강선희(플랭크 1분)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여기, 미리 해본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올해 내내 할 작심삼일 말이다.

 그런데 3일이 아니라 3주다. 문화운동단체인 월드컬처오픈(WCO)이 지난해 8월 웹사이트를 열었다. ‘챌린지21(challenge21.net)’이다. 누구라도 여기에 자신의 결심을 올릴 수 있다. 21일 동안 밀가루 끊기, 매일 5분씩 방 청소 하기, 하루 한끼 채식하기 …. 도전자들은 매일 보고하는 형식으로 사진과 글을 올린다. 총 36명이 도전했고 14명이 결심을 지켰다.

 그중 6명을 만나 물었다. ‘무엇 덕분에 성공했는가’. 새해 결심을 준비하는 이들의 정신이 번쩍 날 말이 나왔다. 그들의 독설을 들으며 21일을 따라가 본다. 이렇게 하면 작심 21일은 한다. 

Day 1. “이것도 못 하면 앞으로 뭘 하겠나”

 이성아(27)씨는 취업준비생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업체에서 인턴을 했다. 인턴 생활이 끝나자마자 올빼미 버릇이 나왔다. 새벽 3~4시에 잠들고 정오가 돼서야 일어났다. “한 달쯤 그러고 나니 스스로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산다는 게.” 이씨는 ‘오전 9시 일어나기’를 목표로 21일간 도전했다.

 이씨의 결심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는 테드(TED)에서 한 강의를 보고 매일 감사 일기 쓰기를 해본 적이 있다. 딱 3일 썼다.” 이번 결심에서 달라졌던 점은 절박함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로 절박했을까. “21일을 시작하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못 하면 나는 인간도 아니다’ ‘이렇게 사소한 것도 못 하면 앞으로 뭘 하겠나’ 등.” 첫날의 절박함은 이 정도라야 한다.

Day 3. “3일은 입 다물고 하라”

 21일 동안 빵 끊기에 도전했던 염지영(23)씨는 “이틀째 되는 날 꿈에서 빵을 실컷 먹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비가 시작하자마자 왔다는 뜻이다. 세 끼를 빵으로 먹을 만큼 빵 사랑이 컸던 탓이다. 염씨는 “빵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에 ‘딱 3일만 죽어라고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란 결론을 얻었다. “시간은 첫 3일이 가장 느리게 지나가고, 그다음부터는 비교적 술술 갔다.”

 3일을 넘기고 나니 2주째부터는 꿈에 빵이 나오지 않았다. 빵집에 괜히 들어가 ‘효모 향기’를 맡고 나오는 일도 그만뒀다.

Day 10. “자신을 믿지 마라”

 고비를 넘기고 익숙해진 후에는 스스로가 적이 된다. 결심을 잊어버리거나 무심코 어기게 된다. 남들 앞에서 말할 때마다 긴장하는 것을 고치려 하루 10분씩 소리 내 책 읽기에 도전한 이지은(30)씨는 “사실 가장 큰 숙제는 ‘까먹지 않기’였다”고 전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활 방식이나 스케줄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일이 바쁜 날에는 잠들기 직전에야 책 읽기 생각이 났다.

 이씨는 스스로 감시자를 붙였다. 직장 동료, 친구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렸다. “어제 이만큼 읽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전에 성공한 6인은 공통적으로 “주위 사람을 활용하라”고 말했다. “남들의 시선이 자신과의 약속보다 무섭다”는 것이다.

Day 14. “될 대로 되라고? 안 될 말씀!”

 사실 6인이 모두 결심을 완벽하게 지킨 것은 아니다. 플랭크(plank·엎드려서 버티는 동작) 매일 1분씩 하기에 도전했던 강선희(28)씨는 “집에 너무 늦게 들어온 하루는 플랭크를 빼먹었다”고 ‘고백’했다. 오전 9시에 일어나기에 도전했던 이성아씨도 하루는 그만 늦잠을 잤다.

 그러나 이들은 “하루 이틀쯤은 스스로 눈감아줬다”고 말했다. “‘내가 실패했구나’ 하면서 ‘될 대로 되라’ 하는 순간 진짜 실패한다”(이성아)는 말이다. 소리 내 책 읽기 도전자 이지은씨는 “어떤 날은 하루의 범위를 자정 대신 새벽 2~3시쯤으로 두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줬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결심을 지키려는 생각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Day 18. “거창한 변화를 바라지 마라”

 하루에 물 1.5L 마시기 결심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했다. 이지혜(27)씨는 “해외 토픽 중에 물을 하루에 2L씩 한 달 마신 여성의 얼굴에 주름이 사라진 것을 보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놓고 도전을 시작했다. “하루 중 물 마실 시간 찾기가 너무 어려웠고 나중에는 자기 직전에야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기도 했다.” 이렇게 2주 이상 힘들게 보내고서 위기가 찾아왔다. “몸에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생각만 못했다. 특히 사람들이 알아주질 않더라”는 것이다.

 거창한 변화를 기대하고 시작하면 실패하기 쉽다. 매일 1분씩 플랭크를 했던 강선희씨도 “몸에서 운동 효과가 바로 보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했다.

 이때 실망하면 끝까지 못 간다. 염지영씨는 “만일 살 뺀다는 목적만으로 빵을 끊었으면 실패했을 거다. 내가 빵에서 얼마나 멀어져 볼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오는 재미를 보면서 21일을 완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정을 봐야 결과가 좋다.

Day 21. “인간 개조는 불가능하다”

 21일은 끝났다. 염지영씨는 지금도 빵을 전혀 먹지 않을까? 강선희씨는 매일 플랭크를 하고 있을까? 이지혜씨는 매일 물을 1.5L씩 먹을까?

 답은 ‘아니다’다. 이들의 습관은 다시 돌아왔다. 강선희씨는 “며칠 동안 마음먹고 결심을 지킨다고 해서 습관을 아예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차피 도전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이것도 아니다. 우선 이들이 얻은 것을 보자. 오전 9시에 일어났던 이성아씨는 “지금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난다. 하지만 다른 결심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을 얻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결심한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인 그는 ‘하루에 적성검사 한 장씩 풀어보기’라는 과제를 새로 정했다.

 이지혜씨는 “이제는 1.5L씩 물을 먹지 못한다. 건강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도전’을 주제로 얘기할 때 소재가 생겼다는 뿌듯함이 힘이 된다”고 했다. 또 기분 좋은 사진을 매일 한 장씩 찍었던 최미지(31)씨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도 괜찮다는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스스로 만든 결심에 도전해본 이들의 결론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남았다. 당신의 21일은 언제 시작되는가.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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