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꽃 무궁화 그림조차 구하기 어려우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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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원삼<서울 보성 여중>
1 년에 두 번, 학기초마다 교내 환경미화심사가 큰 행사처럼 치러진다.
그 때마다 심사하느라고 돌아보면 그 해의 교육 강조점이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충효·반공·새마을]이나 [예절·질서·청결]로 일색이던 게시 내용이 올해는 [5애(오애)운동]으로 바뀐 점이 특색이다.
그런데 [국기 애· 국가 애· 국화 애· 국토 애· 국어 애]를 그리거나 오려붙이기는 했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공감하게 할만한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고 지적했더니 학생들은 한결같이 자료를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중에도 제일 구하기 어려운 것이 [무궁화]그림이라고 한다.
『무궁화는 생화로 보기도 힘들지만 그림도 쓸만한 게 없어요』
『벚꽃놀이는 강조하면서 무궁화 동산은 왜 없어요?』 학생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잖아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진해 벚꽃놀이 2백만 명 예상]이니 [창경원 밤 벚꽃놀이 개장] 따위가 신문에 크게 박히고 만발한 벚꽃사진을 곁들인 걸 볼 때마다 야릇한 거부감이 들곤 했는데, 올해는 나라꽃을 사랑하자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호응은 고사하고 유난히 벚꽃놀이에 입을 놀려대니, 아이들 불평에 만족할만한 대답이 나부터도 궁금하다
몇 년 전에 우리 학교가 교화를 개나리로 정했을 때 교육위원회에서 그건 다른 나라의 국화라 했고, 진달래가 어떠냐고 하니까 그건 또 북한의 국화(?)라던가 해서 결국 라일락으로 정했는데, 하필이면 벚꽃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하고 감각을 고조시키는 점이 사실 마땅치 않다.
나라꽃 [무궁화]의 좋은 점은 나열로 그칠 뿐, 가꾸려들지 않으니 과연 삼천리 가는 곳마다 무궁화가 활짝 피어 웃어 반기는 때는 언제나 올까. 명실공히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을 이루어 우리 나라를 찾는 누구라도 이 민족이 참으로 무궁화를 사랑하는 민족임을 알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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