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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회견 박정희, 대화형 DJ … 12일 박 대통령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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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은 7~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신년기자회견 준비에 몰두했다.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릴 기자회견 준비를 위해 직접 연설문 초안을 다듬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준비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활발한 소통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이 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도 원활히 하고 언론사 편집국장, 정치부장 간담회 등을 통해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윤회 동향문건 파문’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청와대 인적 쇄신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었다고 해도 청와대에서 만들어져 흘러나간 이상 인적 쇄신 요구에는 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과나 유감 표시는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문건 파문과 직간접으로 연루돼 있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사과 내지 유감 표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경제 살리기 방안,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박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올 한 해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들과 ‘대통령학’을 전공한 학자들은 박 대통령의 신년 회견이 ‘형식적 소통’이 아닌 ‘명실상부한 소통’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회견이 아닌, 국민 여론을 ‘듣는 회견’ 또는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회견’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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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한양대 특임교수는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대상은 바로 국민”이라며 “어려움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말하면서 도와달라는 입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 윤리연구소장은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파문 같은 중요한 일들을 검찰을 통해 해결했는데 정치적 책임을 스스로 지고 대중의 의사를 수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 여론을 더 많이 듣겠다, 귀를 많이 열겠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함께하자’는 식으로 설득하고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단어는 그동안 결정론적이고 권위적이었는데 이는 국가권력이 군림한다는 인상을 준다. 보완적이고 협력적인 단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앞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신년회견에서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소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했고, 그해 5월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또 한번 ‘국민과의 대화’를 하면서 위기에 정면 대응했다. 당시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최 소장은 “겨울 난롯가에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대화하듯 부드러운 억양과 알아듣기 쉬운 표현을 써서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이원종 특임교수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회견이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 등에서 3~4시간씩 소상하게 국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74년 연두기자회견은 3시간13분 동안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보통 두 시간 넘게 하곤 했다고 한다. 이 특임교수는 “당시는 우리가 야당으로 박정희 정권을 견제할 때였는데도 ‘국정에 대해 상당히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용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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