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미국 집값 하락 경제에 큰 영향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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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집값이 하락해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빅 마우스' 앨런 그린스펀(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주택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 데저트에서 열린 은행인협회 연례회의에서다. 그는 그동안 부동산 거품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린스펀 의장은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대다수의 주택 소유자들은 충격을 흡수할 정도의 충분한 완충 자산을 가지고 있고,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주택 소유자는 전체의 5%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투자붐이 끝나는 것이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 투자가 줄면 소비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개인 저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이 감소해 미국 경제의 큰 짐인 무역수지 적자도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에 거품 징후가 있고, 집값 수준도 더 이상 높아질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 거품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지, 최근 투기적 거래가 주춤한 것이 전반적인 투자 붐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가 이르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할 경우 미국 경기가 급락하면서 우리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허리케인 '리타'가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허리케인이 초래한 비극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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