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 정 야합 사실로… 특정 후보 밀어주고 예산 지원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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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1997년 4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의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12조)'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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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은 노조의 정치 참여를 '정책연합' 형태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표방해 왔다. 노조도 이익단체인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뜻이 맞는 정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거나 아예 정당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노총과 민주당의 합의는 이 같은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 주고 반대급부를 챙기려 했기 때문이다.

이휴상 의장은 2002년 12월 10일 민주당에 보낸 정책질의서에서 "노무현 후보를 만들기 위해 서울 지역 조합원 7745명을 가입시켜 일익을 담당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서울 지역 50만 노동자들의 수장인 이 의장을 민주당 서울시 비례대표로 추천하고 이 의장을 당선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의장을 비례대표 공천에서 배제해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에게 몇 가지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한다"며 서울시의 예산 지원 확대 등 6개 항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이런 서울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진 것이 '정책연대 합의서'다.

서울노총 관계자는 "이 의장이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이런 내용을 가지고 접근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그곳에서는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책질의서만 보면 이 의장이 노조의 조직력을 이용해 자치단체 의회의 비례대표 진출이라는 개인 욕심을 챙기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금에 의존않는 자립형 예산구조로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권에 기대 지원금을 더 타내려고 했다"며 "이는 한국노총의 노선과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서울노총은 현재 직원들의 월급을 제대로 못줄 정도로 만성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 의장은 지방장치단체의 지원금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선거운동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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