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발레의 역사 볼쇼이 발레단 내한공연 1주일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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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파르타쿠스의 한 장면

볼쇼이 발레단의 내한 공연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5일부터 7일(저녁 8시)까지는 '지젤'을, 8일(오후 6시30분)과 9일(오후 3시)엔 '스파르타쿠스'를 공연한다. 여성성(지젤)과 남성성(스파르타쿠스)으로 확연히 대비되는 두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보자.

#지젤=발레의 햄릿

19세기초부터 문학과 음악에 유행하던 낭만주의가 발레에 도입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비통한 현실과 환상적인 비현실이 공존한다는 점이 낭만주의 발레의 특성.

1막에선 스토리에 관심을 기울일 것. 순진한 소녀 지젤이 노련한 작업남과 사랑에 빠진다. 가슴 설레는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복잡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발레 동작엔 다소 한계가 있기 마련.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작품엔 약속된 언어인 '발레 마임'(사진 참조)이 등장한다. '하늘에 두고 맹세합니다' '나와 결혼해 주세요' 등을 표현하는 마임을 미리 알고 본다면 작품 이해에 더 큰 도움이 될 듯.

1막 후반엔 남자의 배신을 알고 고통스러워하는 '광란의 지젤' 장면이 나온다. 연기력과 발레 기량이 총합되는 지점이다. 지젤의 여주인공이라면 모두들 발레사의 길이 남는 명장면을 보여주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이번에 내한하는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2막은 발레 기술의 모든 것이다. 특히 '파 드 부레'(Pas de Bourree)라 불리는, 잔걸음으로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동작은 1841년 지젤 초연때 등장해 이젠 발레 동작의 대표가 됐다. 배신으로 죽고만 지젤이 처녀 귀신 윌리들과 함께 추는 군무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

#스파르타쿠스=발레의 글래디에이터

1930년 이 작품이 등장하면서 발레는 동화란 껍질을 깨고 역사와 만나게 된다. 기원전 1세기 박해에 항거하는 스파르타쿠스의 영웅적 투쟁을 발레로 바꾼다는 건 이전까진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위풍당당한 남자 무용수들이 무대를 장악한다.

우선 아르메니아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의 음악에 귀기울여보자. 그는 비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두 요소를 미묘하게 하나로 섞어 대서사극의 밑바탕을 이루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평면 위의 예술인 발레에 기하학적 요소를 더해 발레를 입체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로 인해 스파르타쿠스는 역동적이고 극적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주인공이 4명이나 등장한다는 점도 여느 발레와 다른 점. 스파르타쿠스(고뇌).프리기아(인내).크라수스(야심).에기나(영악) 등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5만원 ~ 25만원. 1588-789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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